미국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각각 2위를 기록했던 공화ㆍ민주의 양당 대선후보들이 9일(현지시간) 열린 뉴햄프셔 주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패배를 설욕했다. 양당 모두 초반에 엎치락뒤치락 판세가 이어지면서 대선후보 경선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투표 결과 35.1% 득표율을 기록해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 표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득표율 15.9%로 2위를 기록했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11.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민주당에서도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득표율 60%로 38.4%를 기록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크게 누르고 승리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클린턴이 샌더스와 초접전 승부 끝에 간신히 승리했으나 이날 경선에서는 샌더스가 투표 결과집계 초반부터 클린턴을 여유 있게 앞서갔다. 샌더스 의원은 초반 개표에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짓자 기자회견을 갖고 승리를 선언했으며 클린턴은 패배를 인정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함께 경선의 초반 판도를 좌우하며 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린다. 특히 당원만 투표 자격이 주어지는 코커스와 달리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어 더 정확히 민심을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
이에 따라 샌더스가 이날 승리하면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샌더스 돌풍’이 다시 확산될지 주목된다. 다만 뉴햄프셔는 샌더스의 지역구인 버몬트와 인접해 있고, 진보적 성향이 강해 투표 전에 실시된 사전 여론조사부터 샌더스가 클린턴을 약 3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턴이 투표 결과 10%포인트까지 샌더스와 격차를 줄일 경우 사실상 선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으나 클린턴은 끝내 20%포인트 안팎에서 더 이상 줄이지 못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클린턴과 샌더스가 각각 승리하면서 향후 대선후보 경선은 샌더스와 클린턴 측이 팽팽한 경쟁을 벌이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화당에서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크루즈에게 패배해 기세가 한풀 꺾였던 트럼프가 이날 보란 듯이 승리함에 따라 다시 치열한 대선후보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크루즈는 이날 3위를 기록하면서 군소 후보로 몰릴 위험에 처했다. 아이오와에서 3위를 차지하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10.6%로 5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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