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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우병우와 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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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우병우와 채동욱

입력
2016.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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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전 총장 혼외자 보도 덕 본 청와대

우 수석 의혹은 정권 흔들기라고 비난

이중 잣대 버리고 냉정히 출구 찾아야

그림 1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림 1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정부 초기 혼외자 문제로 물러났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요즘 그림 그리기에 열심이라고 한다.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분노와 억울한 감정이 색채와 구도 등에 많이 나타났지만 지금은 한결 편안한 느낌의 그림을 그린다고 지인은 전했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회복해 가는 과정인 듯싶다. 작품의 해외 전시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채 전 총장을 새삼스럽게 칼럼에 불러내는 게 좀 미안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 비위 의혹을 처음 제기한 ‘특정 언론’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는 게 채 전 총장 사태 당시와는 너무 비교돼 그 당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처음 제기한 언론도 이번에 우 수석 비위 의혹을 처음 보도한 ‘특정 언론’ 즉 조선일보였다.

청와대는 당시 채동욱 체제의 검찰이 2012년 대선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뒤 기소 쪽으로 결론을 내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의견을 전달했지만 수사 결과를 바꾸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결국 정권 차원에서 채 총장과 함께 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참이었고, 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 보도를 계기로 채 전 총장 ‘찍어 내기’에 성공한 셈이 됐다. 그래서 한때 조선일보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밀착설이 언론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무성하게 나돌기도 했다.

우 수석 비위 의혹 보도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우 수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흔들기’이며 여기에 조선일보가 앞장서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 1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발표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수사 의뢰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김 수석은 일부 언론보도를 근거로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신문에 감찰관련 내용을 확인해 줬다”며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으로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가 말한 ‘특정 신문’은 물론 조선일보다.

청와대의 인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들은 “우 수석 때리기로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지형을 바꾸려 하는 세력과의 싸움”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고 한다. 이는 바로 박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우 수석에 대한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과 좌파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입증된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 수석 비위 의혹을 첫 보도한 조선일보를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한 거나 다름없다.‘특정 언론’ 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이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 말대로 우 수석이 처가의 1,320억원 대 강남 땅 매각에 개입했다는 핵심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근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만한 합리적 의심의 정황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우 수석이 처음엔 처가 땅 매각을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게 의심을 키운 측면이 있다. 본건 혐의는 못 밝히고 언론이 아들 문제 등 별건 의혹을 문제삼는다지만 우 수석이 몸 담았던 검찰이 늘 하는 방식이다.

조선일보가 우병우 의혹을 보도하게 된 배경을 놓고 채동욱 혼외자 보도 때만큼이나 온갖 설이 나돈다. 하지만 일개 언론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지형을 바꾸려 한다는 청와대의 인식은 과해도 너무 과하다. 청와대는 채동욱 혼외자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가 우병우 의혹은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다른 잣대를 갖고 있는지 모르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중 잣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특정 언론의 부당한 의혹 제기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불태운다지만 민심의 흐름은 그의 편이 아니다. 국민은 되레 이미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더 이상 그 자리에 둬서는 안 될 우 수석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피치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배신감과 분노를 참기 어렵겠지만 대통령은 개인적 감정을 다 표출할 자유가 없는 자리다. 국민과 국정을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냉정하게 출구를 찾아야 한다.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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