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비중 2년 새 4배 늘어, 입학사정관·학교장 추천은 2배↑
"응시자격 제한해야" 목소리
대학들이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출신 합격자가 집중되지 않도록 교육여건이 열악한 수험생에게 기회를 주는 기회균형선발 전형을 만들었지만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서울 주요 대학의 기회균형선발에서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 비중이 2년 새 4배나 늘어나 대입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4학년도 서울지역 주요 12개 대학 신입생 고교 유형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회균형선발 전형에서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 학생은 2012학년도 7.4%(전체 합격자 894명 중 66명)에서 2014학년도 29.2%(850명 중 248명)로 4배 가량 늘었다. 자료는 해당 기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입학생들의 출신고를 각종 전형(일반ㆍ대학별 독자적 기준ㆍ기회균형ㆍ특기자ㆍ농어촌학생ㆍ특성화고 출신ㆍ기타)별로 분석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나 학교장 추천 전형 등 대학별 독자적 기준 전형에서도 특목ㆍ자사고 학생 선발 비율은 2012학년도 11.1%에서 2013학년도 25.9%, 2014학년도 26.5%로 2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사고는 2013학년도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특목ㆍ자율고 출신 학생 비율이 전반적으로 늘기는 했지만 이들 전형에서의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전체 전형에서 이들 학교 출신은 2012학년도 15.2%에서 2013학년도 28.1%, 2014학년도 29.4%로 같은 기간 1.9배 늘었다.
이런 현상은 상위권 대학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전체 전형을 보면 서울대의 경우 일반고 출신이 2012학년도 70.4%(3,342명 중 2,352명)에서 2014학년도 46.7%(3,369명 중 1,572명)로 급감했다. 반면 특목ㆍ자사고 학생은 2012학년도 21.6%(721명)에서 2014학년도 45.4%(1,529명)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회균형선발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주로 기초생활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장애인, 한부모ㆍ다자녀 가정 자녀 등이다. 특목고와 자사고라고 해서 이에 해당하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전형마저 특목?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선발방식을 적용한다는 게 문제다. 즉 비교과 영역과 서류에서 일반고 학생보다 특목ㆍ자사고 학생들이 강점을 보여 이들 학교 출신의 합격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특목?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분석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서류와 면접 중심으로 선발하는 기회균형 전형에선 선발 요건만 갖추면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서류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킨 경험이 많은 특목ㆍ자사고들이 진학 지도에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일부는 기회균형선발 전형을 악용하기도 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자녀를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시키기 위해 서류상으로 이혼한 부부도 봤다”고 전했다. 박홍근 의원은 “소외계층을 위해 마련된 기회균형선발 전형 등이 실제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본래 취지에 맞게 시행될 수 있도록 편법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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