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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승강기 통로 타고 퍼지는 유독가스' 차단 대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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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승강기 통로 타고 퍼지는 유독가스' 차단 대책 없다

입력
2017.12.25 17:5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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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건물 내 온도차로

공기 이동하는 굴뚝 효과 일어나

순식간에 퍼지며 골든타임 놓쳐”

정부, 유독가스 유입 지연

비상 엘리베이터 의무화했지만

4~6층 건물은 적용 사각지대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유독가스 통로가 된 엘리베이터가 지목됐으나 비상 시 연기를 차단할 수 있는 설비 규정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하다.

25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필로티 구조인 이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중앙에 위치한 화물용 엘리베이터와 출입문 쪽의 승객용 엘리베이터 통로를 타고 순식 간에 9층 전물 전체로 퍼져 나갔다. 소방관계자는 “2개의 엘리베이터 통로가 가연소재인 드라이비트가 뿜어낸 유독가스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수직 구조인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건물 내 온도 차로 인해 공기가 이동하는 ‘굴뚝효과(Stack Effect)’가 일어나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급속도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우나 등지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엘리베이터가 화재 시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확산시키는 ‘풀무’ 역할을 한다는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제기됐으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는 2013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법 개정을 통해 유독가스 유입을 지연시키는 제연설비를 갖춘 비상 엘리베이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높이가 31m 이상인 건물에만 적용되고 있다. 높이 31m 미만의 중소형 건물은 이 설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의 현재 건물 높이는 31.75m지만 비상 엘리베이터 설치를 의무화한 건축법 개정 2년 전인 2011년에 준공돼 비상 엘리베이터 설치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31m 미만 건물은 불길을 막기 위한 내화소재 방화문(승강기 문이 열에 1시간 이상 견디는 소재)을 시공해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만 있을 뿐이다. 4~6층의 중소형 건물은 사실상 유독가스 유입을 막거나 차단하는 설비 규정은 전무한 셈이다.

일각에선 승강장 출입구에 방화셔터를 설치, 유독가스를 차단하는 방안도 해결책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화셔터의 경우 수동으로 작동해야 해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구조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4,5층짜리 원룸 등 중소형 건물까지 엘리베이터를 확대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제연설비 규정 등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만성 우송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엘리베이터는 불이 났을 때 피난처로 활용할 수도 있는 시설인 만큼 제연 설비는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 교수는 “큰 사고가 있을 때마다 유독가스 유입을 지연 또는 차단하는 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건축주 부담 등으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해 이번에야 말로 확실한 유독가스 차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가의 제연 또는 차연 설비 시공이 부담이라면 엘리베이터 외부 출입문 앞에 밸브를 설치해 천정에서 물을 뿜어낼 수 있는 수막설비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화재 시 물이 쏟아져 나오면 화염과 유독가스 이동을 어느 정도 지연시켜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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