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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지마비 행세, 화장실 가다 딱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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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지마비 행세, 화장실 가다 딱 걸려

입력
2018.01.23 17: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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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보험금 타내려

보험설계사 엄마 지시따라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 연기

휴대폰엔 그네 타는 영상도

보험금을 타내려고 10년간 사지마비 행세를 해오던 30대 여성이 지난달 서울 금천구의 한 원룸 건물 현관에서 발을 번쩍 들어 문의 개폐 스위치를 누르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혔다. 연합뉴스
보험금을 타내려고 10년간 사지마비 행세를 해오던 30대 여성이 지난달 서울 금천구의 한 원룸 건물 현관에서 발을 번쩍 들어 문의 개폐 스위치를 누르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혔다. 연합뉴스

무려 10년간 손과 발을 못 쓰는 사지마비 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금을 타낸 30대 여성이 밤시간에 멀쩡히 걸어 다니다 덜미를 잡혔다. 이 여성은 보험설계사인 어머니의 지시로 이 같은 짓을 꾸미고 남자친구까지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사기와 사기미수 혐의로 A(65ㆍ여)씨와 딸 B(36)씨를, 이들을 도운 B씨의 남자친구 C(33)씨를 사기방조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B씨는 2007년 4월 지인의 승용차를 타고 가다 접촉사고를 당한 뒤 의사를 속여 사지 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아내 보험금 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딸에게 나타난 일시적인 강직 증상을 마치 사지마비 증상인 것처럼 속여 고양지역 한 요양병원 의사로부터 ‘상세불명의 사지마비’ 진단을 받아냈다.

B씨도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10년 동안 14개 병원에 다니며 꼼짝없이 누워만 있는 사지 마비 환자 행세를 했다. 외출할 때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의 감쪽같이 연기에 보험사는 물론 진료 의사들도 모두 속아 넘어갔다.

이들 모녀는 이런 식으로 보험사로부터 약 3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채고, 21억원의 보험금을 추가로 받기 위해 법적 소송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의 사기 행각은 결국 꼬리를 밟히고 말았다. A씨는 평소 ‘딸이 마사지를 받느라 옷을 벗고 있다’며 늘 침대에 커튼을 치고 의사조차도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주변을 통제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입원해 있던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B씨가 불이 꺼진 밤시간에 멀쩡히 화장실에 가는 모습이 주변에 목격됐다.

B씨가 온전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을 본 환자들은 “귀신이라도 본 줄 알았다”고 깜짝 놀랐고 간호사는 즉각 병원 진료기록부에 이런 사실을 기재했다. B씨가 걸어 다니는 영상을 본 담당 의사도 “사지 마비 환자의 행동이 아니며, 나도 속았다”고 기가 차 했다. B씨의 휴대전화에는 B씨가 그네를 높이 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까지 저장돼 있었고, C씨의 원룸 건물 현관에서 B씨가 개폐 스위치를 누르기 위해 발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기도 했다.

모녀는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결국 범행을 시인하고 후회의 눈물을 보였다. 경찰은 금융위원회, 건강보험공단, 보험협회 등에 협조를 의뢰, 유사한 수법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그림 110여 년간 사지마비 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금을 타낸 B씨가 그네를 타는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그림 110여 년간 사지마비 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금을 타낸 B씨가 그네를 타는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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