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식 기자

등록 : 2018.01.19 17:42
수정 : 2018.01.19 20:56

‘文 대통령 구두’로 유명한 수제화 각계 응원에 힘입어 다시 일어섰다

등록 : 2018.01.19 17:42
수정 : 2018.01.19 20:56

‘구두 만드는 풍경’ 유석영 대표

작년 회사 지원 펀드 2억 조성

성남시도 판로 등 지원에 나서

“청각장애 구두장인 양성할게요”

유석영 ‘구두 만드는 풍경’ 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청에서 본보와 만나 공장을 다시 가동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성남시 제공

“청각장애인 구두 장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대통령님과 우리 사회에 진 빚을 갚겠습니다.”

‘문재인 구두’로 유명한 장애인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AGIO)’ 제조사인 ‘구두 만드는 풍경’ 유석영(56ㆍ시각장애 1급) 대표는 19일 경기 성남시청 7층 회의실에서 본보와 만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폐업한 뒤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 우리 구두를 신은 대통령님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지원하겠다는 분들이 생겼고 다시 새 출발을 한다”고 웃었다.

유 대표가 수제 구두 제조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 3월이다. 파주에서 수제 구두 제조업을 시작했는데, 장애인 회사라는 편견 때문에 경영난을 겪다가 2013년 9월 문을 닫았다. 4년여 방황하던 유 대표에게 뜻밖의 기회를 선물한 이는 문 대통령이었다. 지난해 5월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무릎을 꿇고 참배하던 문 대통령의 닳은 구두 밑창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그의 사연이 알려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서 열린 구두전시회에서 아지오 제품을 구입했다. 유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낡아 더 신을 수 없게 된 이 회사 구두를 다시 구매하려고 했으나 회사가 폐업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유시민 작가와 가수 강원래 등 재기를 바라는 각계의 응원과 후원이 이어졌고, 지난해 11월에는 회사 부활을 위한 ‘아지오 펀드’가 조성돼 2억여 원이 모였다.

유 대표는 이 돈을 밑천으로 지난해 12월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한 아파트형 공장에 485㎡ 규모의 제조시설을 다시 마련했다. 고용노동부로부터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ㆍ인가도 받았다. 조합원은 그와 유시민 작가 등 모두 36명이다. 가수 유희열 등은 아지오 모델이 돼주기로 했다.

이곳에선 현재 성남지역 청각장애인 4명이 수제화 기술을 배우고 있다. 유 대표는 조만간 청각장애인 11명을 추가로 고용, 3월부터 시중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9가지 디자인에 색상 등을 달리한 17종의 구두를 하루 70~100켤레씩, 한달 평균 1,500켤레를 생산해 청각장애인 자활과 자립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가격은 공장 월 임대료(375만원)와 인건비 등을 감안해 한 켤레에 20만원 수준으로 잡았다.

유 대표는 “구두를 직접 만들어 본 분들이 많지 않아 자리잡기까지는 7,8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손재주 좋은 청각장애인들이 눈치 안 보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19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구두 만드는 풍경’에 맞춤 구두를 주문하기 위해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성남시는 이날 시청에서 유 대표의 꿈을 돕기 위해 ‘구두 만드는 풍경’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성남시는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컨설팅과 자원 연계, 판로 지원 등에 나선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맞춤 구두도 주문했다. 이 시장은 “야구글러브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 가죽재단에 애정이 있다”며 “장사가 잘 돼야 성남이 잘 되는 길”이라고 격려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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