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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저울] 청소년 나이 법마다 제각각 "헷갈린다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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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저울] 청소년 나이 법마다 제각각 "헷갈린다 헷갈려"

입력
2017.10.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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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영화는 만 18세부터, 선거연령은 만 19세

형사처벌 14세부터 가능, 성적 결정권은 13세

청소년 아동 연소자 미성년자… 명칭도 제각각

소년법 개정 요구에 “처벌이 능사 아냐” 반론도

최근 10대들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과 잇따른 집단폭행 사건으로 나이에 따라 형사처벌에 제한을 두는 소년법을 뜯어고치거나 없애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어른보다 잔혹한 소년범죄는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 법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실제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년법 관련 청원은 30만 건이나 됩니다. 그런데 청원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청소년을 유해한 것들로부터 보호하는 청소년보호법과 소년법을 혼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10대 관련 법들이 워낙 많아서 헷갈릴 법도 합니다.

우리가 ‘청소년’이라 부르는 중고교생은 법마다 아동, 청소년, 소년, 연소자, 미성년자, 그리고 형사미성년자 등의 용어로 제각각 지칭됩니다. 게다가 특정 연령마다 복잡한 법 조항이 있어서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10대들에 관한 법을 나이별로 구체적으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독립과 권리 기준 - 만 19세

만 19세면 법적으로 어른(성년)이 됩니다. 부모 없이 혼자 휴대폰 개통 등 법률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민법(4조)에는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고 돼있습니다. 2013년 7월 법이 바뀌면서 20세에서 한 살 내려갔습니다. 만 19세에 대학에 가거나 사회로 진출했는데도 미성년자로서 행동에 여러 제약을 받는 현실이 고려된 결과입니다. 2005년 법 개정으로 19세가 선거 연령이 된 것도 성년 나이 조정에 영향을 줬습니다.

현행 선거 연령과 관련해선 내년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18세’로 한 살 내리는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도 뜨겁습니다. 청소년들은 “우리도 정치 이슈를 토론할 만큼 성숙했고, 그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뺀 원내 4당이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관련 법안들도 발의돼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한국당은 “교실이 정치판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젊을수록 진보 성향이 강해서 선거결과에 불리해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만 19세부터가 선거연령입니다. 나머지 나라에서는 선거연령이 19세보다 낮습니다.

참고로, 만 18세만 되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지만 약혼ㆍ결혼할 수 있고(민법), 운전면허를 딸 수도 있습니다(도로교통법). 8급 이하 공무원시험도 응시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군대도 갈 수 있습니다(병역법).

술ㆍ담배 허용 기준 - 연 19세부터

청소년이 술집을 다니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나이입니다. 유해물건과 장소, 환경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ㆍ구제한다는 입법 취지로 생긴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이라고 정의하면서도 ‘만 19세가 되는 해를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는 개념을 단서조항으로 더했습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도 청소년에 대해 이와 동일한 정의를 두고 있습니다. 성인이라고 볼 수 있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누구는 생일이 지나 술 담배를 하고, 생일이 얼마 차이 나지 않는 또래는 못하는 불합리한 측면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입니다.

’청불’ 영화 허용 기준 –만 18세부터

그러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몇 살부터 볼 수 있을까요. 영화 및 비디오의 진흥에 관한 법률상 만 18세가 되면 성인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고등학생은 청소년으로 간주돼 볼 수 없습니다. 게임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법제연구원 장민선 부연구위원은 2015년 11월 낸 ‘입법상 연령 기준의 적용에 관한 연구’에서 “청소년을 유해물 등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유사한 입법 목적에도 매체 관련 규정만 청소년 나이를 달리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소년 연령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아 법 집행상 혼란을 가져온다”며 청소년을 19세 미만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공연법에서는 음란 공연물 등을 봐서는 안 되는 청소년(만 18세 미만ㆍ고교생 포함)을 별다른 이유 없이 ‘연소자’라는 이질적 용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성희롱 처벌 – 만 18세 미만

올 4월 교복을 입은 인천의 한 여고생에게 “5만원을 줄 테니 신고 있는 스타킹을 벗어달라”고 요구한 40대 남성이 입건됐습니다. 이처럼 청소년들을 성희롱한 ‘변태’에게는 아동복지법(17조ㆍ금지행위) 위반 혐의가 적용됩니다. 이 법은 만 18세 미만이면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동의 보호와 권리를 중요시하는 국제적 기준인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넓게 잡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학대 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각종 지원 등에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아동의 범위에 청소년 연령대까지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형사처벌 측면에서, 만 18세 미만인 청소년은 흉악한 살인죄를 저질러도 최대 20년형(소년법 59조와 특정강력범죄법 4조)까지만 수감생활을 합니다. 사회적 충격을 안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인 A양이 사건 당시 만 16세였기 때문에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한 공범보다 적은 형량인 징역 20년을 구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태원 살인사건의 주범도 범행 당시 소년이어서 최고형으로 20년형을 받았습니다.

소년범죄 형사처벌 기준 – 만 14세 미만

또래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고 피해자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나 교도소에 갈 것 같아?’라고 언급한 ‘부산 여중생 사건’도 소년법 개정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14세 미만 소년(형사 미성년자)은 처벌을 안 받는다는 걸 알고서 범죄를 저지르는 나쁜 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형법은 14세 아래면 벌하지 않고, 소년법은 만 10~13세(촉법소년)에게 소년부 송치 등 보호처분만 하도록 합니다. 성난 여론은 “피해자는 있는데 처벌도 안 받고 전과도 안 남는 가해자 중심의 법이다”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죄가 끊이질 않는데 솜방망이 처분만 한다”며 소년법 폐지를 주장합니다. 올해도 형사처벌 기준 나이를 현재의 만 14세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선도와 교화 대상인 소년에게 형벌을 내린다고 무슨 기대효과가 있겠느냐” “국가적 관리 소홀로 악조건에서 자란 소년들의 환경 개선이 범죄예방에 근본적인 해결책이다”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죄질이 나쁜 촉법소년에게 보호처분을 강화해 강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촉법소년 하한 연령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이미 만 12세에서 10세로 내려갔습니다. 10세 미만은 아무런 보호처분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부모가 아이의 잘못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성적 자기결정권 기준 – 만 13세 미만

수년 전부터 10대 제자와 성관계를 한 교사들의 파렴치한 행각이 종종 세상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30대 여교사가 소속 학교 6학년 초등생과 9회 성관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우리 법은 만 13세 미만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의제강간으로 처벌하지만 13세부터는 합의했다는 정황이 있으면 죄를 묻지 못하도록 돼있습니다. 이를 두고 13세는 올바른 판단이 형성된다고 볼 나이로는 지나치게 어리기 때문에 16세로 상향하자는 주장이 청소년보호단체에서 제기돼왔습니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성인에 의해 악용 당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반면, 청소년의 신체적 성숙이 빨라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의제강간의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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