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마약을 투약 받기 위해 상습적으로 병원에 허위 입원한 뒤 도망 다닌 ‘나이롱 환자’가 붙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모(36)씨를 사기 및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5개월에 걸쳐 전국 48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입원한 뒤 수면내시경검사ㆍ항문치료ㆍ침술치료ㆍ도수치료 등 진료를 받고서 2,100만원에 이르는 병원비를 지급하지 않고 달아났다. 특히 이 중 22개 병원에서는 아무런 병증이 없었음에도 의사에게 체중 감소 등의 이유를 대며 수면유도제인 향정신성 의약품 프로포폴ㆍ아네폴 등을 상습 투약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동종전과만 수십 차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마약중독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중랑구 한 병원의 신고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전국 병원에 신고 수배를 내려 경남 창원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시도하려던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병원시스템상 환자의 진료 및 입원 기록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라도 더 투약 받기 위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따로 검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마약류에 해당하는 의약품의 투약과 처방은 범죄에도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진료기관 간에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방안이 관계기관 간에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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