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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어르신들 굴곡진 삶 글로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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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어르신들 굴곡진 삶 글로 풀어내

입력
2017.07.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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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명 구술자서전 발간

2015년 이어 두 번째

마음 치유…전국 배포

전남 순천시가 추진한 구술자서전 사업의 주인공 어르신들이 ‘나 이야기 좀 들어 볼라요! 굽이굽이 고개 넘어 만난 행복2’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가 추진한 구술자서전 사업의 주인공 어르신들이 ‘나 이야기 좀 들어 볼라요! 굽이굽이 고개 넘어 만난 행복2’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순천시 제공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학교 문턱도 못 가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결혼 초 남편이 장애인이 돼 광양, 고흥 등 인근지역을 돌며 날품팔이로 홀로 집안생계를 꾸려갔습니다.” 전남 순천시가 추진한 구술자서전 발간사업에 참여한 임덕임(81) 할머니는 자녀들에게도 차마 못한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임 할머니는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줄 몰랐다. 자서전이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구술자서전(행복책)은 50대 귀농인부터 90대까지 보통사람들의 투박한 삶과 애환의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창의아이디어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됐으며 전액 국비 지원을 받아 2,000부가 출간돼 주인공 가족과 전국 지자체 보건소와 복지단체 등에 배포돼 지혜의 산물로 공유하게 된다.

이 사업은 순천시의 보건복지 통합맞춤형 서비스인 ‘달리는 행복24시 사랑방’ 사업의 일환으로 신체치유를 넘어 마음치유까지 확대한 복지서비스다. 2015년 전국 처음으로 오ㆍ벽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굽이굽이 고개 넘어 만난 행복’ 자서전을 첫 출간해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자서전이 나온 후 다양한 사연이 많았다. 한 어르신은 세상을 떠날 때 관속에 함께 책을 넣어달라고 자녀들에게 유언을 남겼고, 이웃과 친구들에게 책을 나눠주며 살맛이 난다는 어르신도 있었다. 한 할아버지는 출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세상을 떠나 주위에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출간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책자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거동이 불편해 만나기조차 쉽지 않았다. 1월에 시작한 출간 작업은 6개월이 걸려 완성됐다. 순천시는 15일 대회의실에서 자서전 주인공 70명의 어르신과 가족ㆍ친지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김정숙 순천시 방문복지담당은 “자녀들에게도 못 다한 응어리진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에게는 마음치유가 된다”며 “생업과 자녀양육으로 헌신한 어르신들이 그 동안 살아오면서 소외된 개인의 삶을 자서전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와 세대를 이어주는 행복의 매개체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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