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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 마음 졸인 포항의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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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 마음 졸인 포항의 안도

입력
2017.11.23 18: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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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호위ㆍ대피 버스 대기 ‘긴장

“수능 연기 속상했지만 이젠 후련”

경미한 여진 불구 일부 수험생

“책상 갑자기 흔들려 소리 지를 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유성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유성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류효진 기자

여진 공포로 맘 졸였던 경북 포항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을 마치고 환한 얼굴로 고사장 문을 나섰다. 규모 5.4 지진의 한복판에 있었던 포항 수험생 5,000여명은 23일 오후 4시32분 수능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자 “드디어 끝났다”며 1주일 연기된 수능의 마음 고생을 털어냈다.

이날 오후 4시40분 진앙과 직선거리로 불과 4.8㎞ 떨어진 포항 유성여고 정문으로 재잘대는 수험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유나(18ㆍ포항동지여고3)양은 “시험이 한 주 연기돼 너무 속상했는데 지금은 모두 끝나 속이 시원하다”며 활짝 웃었다.

수험생들은 이날 두려워하던 여진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오전 8시부터 2교시 수학시험이 끝나는 낮 12시까지 규모 2.0 이하의 경미한 여진이 4차례나 발생했지만 포항지역 고사장 12곳에 설치된 지진계중 두호고와 포항해양과학고 두 곳 에서만 감지됐다.

두호고에서 시험을 본 여승준(18ㆍ포항 영신고3)군은 “창문이 좀 흔들린다 생각했지만 지진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않았다”며 “다른 수험생들도 아무 동요가 없이 계속 문제 풀이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민감한 학생들은 여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공포가 되살아나 소리를 지를 뻔 하기도 했다. 유성여고서 시험본 이우경(18ㆍ포항 중앙여고3)양은 “2교시 수학 문제를 절반 넘게 풀고 있을 때 책상이 갑자기 흔들려 입에서 ‘아’ 소리를 낼 뻔 했다”고 말했다. 다른 수험생 이은서(18ㆍ포항 중앙여고3)양도 “1교시 국어와 2교시 수학 시험 때 문제지가 덜덜 떨려 겁이 났지만 도중에 나가면 시험이 무효처리 되기 때문에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시험이 끝나기 한 두 시간 전부터 수험장 정문으로 모여들기 시작해 교문을 나서는 자녀들의 등을 두드리며 “수고했다”는 말만 되뇌었다. 학부모 김상철(47)씨는 “고생하는 아이와 조금이라도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후 2시부터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며 “지진으로 많이 힘들었을 포항 수험생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포항지역 수능 고사장 12곳에서는 4차례의 경미한 여진에도 중도 이탈자 없이 시험이 마무리됐다. 울릉고 학생 일부가 시험을 친 포항 이동중에서는 고사장 조명이 1초간 꺼졌다 켜졌으나 시험 진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항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진계까지 갖춘 각 시험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관과 경찰, 의료진, 건축구조기술사까지 13명씩 배치됐다. 강진 발생시 영천과 경주 등에 마련된 예비고사장 이동을 위해 전세버스 240여대가 대기했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수능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릴 때까지 포항교육지원청을 떠나지 않았다.

올해 포항지역 수능 1교시 국어영역 결시율은 9.26%로 전국 평균 9.48%보다 오히려 낮았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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