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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2월 5일] 양날의 칼 북한 3차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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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2월 5일] 양날의 칼 북한 3차 핵실험

입력
2013.02.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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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이 초 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주변의 부산한 움직임 속에 북한 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이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결론'이 3차 핵실험을 뜻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단행하기보단 지난해 말'12ㆍ12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를 돌파하는 카드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단계적인 협상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의 살라미 수법에 비춰 짐짓 3차 핵실험을 강행할 듯하다가 국제사회의 압박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로 대화국면 진입을 얻어내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한 주 미국 뉴욕의 유엔안보리와 워싱턴의 미 국무부, 국방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만나본 한반도 문제 관계자들이나 싱크탱크들의 관심사는 단연 북한의 3차 핵실험이었다. 대부분 핵실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 사후 대응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지난 20여 년 간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놓고 제재와 협상, 도발이 계속되어온 악순환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으로는 무력감도 엿보였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최근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 2087호를 토대로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가해지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지 않느냐는 회의론이다. 북한은 그 동안 자신들의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중심의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돼 왔음에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향상시켜왔다. 물론 중국이 최근 들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다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에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체제 안정을 우선시 하는 중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의견들이 우세했다.

색다른 기류도 있었다. 미국의 일부 대북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3차 핵 실험을 오히려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1월 30일자 뉴욕타임스에는 이런 기류를 소개하는 북한문제 전문기자의 분석기사가 실렸다. 3차 핵실험은 모호한 북한의 핵 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된다는 요지다.

3차 핵실험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으로 만든 핵무기 실험 여부, 플루토늄 핵폭탄의 성능향상 및 소형화 여부 등이 보다 명확해지면 그에 따라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는 그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 순위에서 이란과 중동 문제 등에 밀려 늘 뒷전이었다. 오바마 1기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도 사실은 대외정책 우선 순위의 반영이었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이나 플루토늄 핵무기의 소형화에 성공하면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마냥 후순위로 미뤄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도 심각한 고민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시도에 비교적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데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낮게 본 탓도 있다. 그러나 장거리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3차 핵실험을 통해 보다 수준 높은 핵 능력이 입증된다면 중국도 생각을 달리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것이 북한의 안정보다 비핵화를 우선하는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한ㆍ미ㆍ중 전략 대화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여지는 충분하다.

한국과 미국, 중국이 공동보조를 취할 수만 있다면 북한 문제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3차 핵실험은 양날의 칼이다. 북한이 기어이 3차 핵실험한다면 우리의 중견국(middle power) 지위를 활용해 한ㆍ미ㆍ중 대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박근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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