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영식
주필

등록 : 2016.04.14 20:00
수정 : 2016.04.14 23:29

[황영식의 세상만사] 김부겸ㆍ안철수의 대망(大望)

등록 : 2016.04.14 20:00
수정 : 2016.04.14 23:29

결단과 의지 관철에 높은 평가

조직 역량 약세가 최대 걸림돌

김종인 발 野 체질개선이 관건

4ㆍ13 총선은 16년 만의 여소야대, 20년 만의 3당 체제를 목전에 불렀다. 이런 의정구조 변화와는 별개로 총선이라는 시험대에서 부침이 갈린 대선 주자들, 특히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입지를 굳힌 ‘뜨는 별’에 개인적 관심이 먼저 기운다.

예상 반 기대 반의 눈길은 맨 먼저 김부겸 당선자, 그 다음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머문다. 두 사람은 닮았다. 야당에서는 보기 드물게 중도 보수ㆍ개혁 성향 지지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정치, 개혁적이되 유연한 실용노선을 추구해 온 것부터 그렇다. 또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친노계, 나아가 과거 동교동계와 ‘출신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설움을 겪은 것도 비슷하다. 그에 대응하기 위한 결단도 유사했다.

김 당선자는 고(故) 제정구 의원으로부터 물려받아 당적을 바꿔가며 내리 3선을 한 지역구(경기 군포)를 포기하고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대구로 내려갔다. 당시 그는 “군포에서 4선을 하는 것은 월급쟁이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결단의 배경을 밝혔지만, 주변에서는 야당에서 스스로 절감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의 대구행 결단은 1995년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 같이 몸 담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로를 따라가는 길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3대 국회의 청문회 스타였지만, 3당 합당에 반대해 민주당으로 몸을 옮긴 이후 92년 14대 총선과 95년 광역시장선거에서 내리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도 2000년 16대 총선에서 연승이 유력했던 서울 종로를 뒤로 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지역주의 장벽에 온몸으로 부딪쳤다가 다시 부서졌다. 그러나 그가 걸은 ‘아름다운 바보’의 길은 민주당 내 출신성분 제약과 집단 따돌림에서 벗어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방편이었다. 김 당선자는 대구의 강남이라는 수성 갑에서 강고한 지역주의와 싸워 삼세판 만에 승리, ‘바보 노무현’을 뛰어넘었다. 잇따른 무소속 출마 권유를 뿌리친 초지일관이 거둔 값진 승리다.

안 공동대표의 결단도 빛났다. 더민주 주류와의 신경전에서 번번이 밀린 그는 제1야당과 결별, 결코 전도가 밝지 않았던 광야에 나서는 결단과 그 이후의 후속 결단을 통해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이끈 체질개선 작업으로 야권 주도권을 되찾은 더민주의 선거연대 제안을 거부하며 홀로서기 의지를 불태운 그의 결단은 총선 약진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는 비로소 현실정치 지도자로 거듭났다.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쉽게 정치인이 된 그가 진정한 대선 후보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두 사람의 대선 행로는 밝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낙선, 여당 참패에 따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퇴진 등으로 여당의 유력 차기 주자들의 대선 행로에 짙은 안개가 끼었고,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등 야권 주자들의 정치적 상처도 가볍지 않은 데 비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은 당이 갈라져 둘 사이의 경쟁이 당장 본격화할 수는 없지만, 한때 같은 식구였고 정치노선이 겹친 데다 김 대표의 ‘우(右) 클릭’ 개혁으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차별성도 흐려졌다. 무엇보다 정권교체 열망과 자신이 그 핵심에 서겠다는 대망은 두 사람의 필연적 접점을 일찌감치 예고한다.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약점도 같다. 국민의당 대주주인 호남출신 당선자들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 적응해 지지층 외연을 넓히려는 더민주 주류가 감췄던 발톱을 드러내는 순간 둘의 대망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보여준 지지 확장성에 비추어 야권이 이성으로는 수권의 꿈을 두 사람에게 의탁할 만하지만, 급하면 집권보다 눈앞의 소리(小利)에 매달리는 정치본능도 현실정치의 주요 변수다. 이런 본능의 제약과 합리적 선택 가능성은 결국 김종인 발 개혁의 진정성과 지속성에 달렸다. 총선에서 확인한 중도보수층의 분화라는 모처럼의 기회를 야권이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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