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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만에… 미투 촉발 안태근 전 검사장 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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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만에… 미투 촉발 안태근 전 검사장 영장

입력
2018.04.16 18: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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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에 인사상 불이익 혐의

내일 영장실질심사 진행할 듯

권리남용 고의성 입증여부가 관건

안태근 전 검사장이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안태근 전 검사장이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지현(45ㆍ사법연수원 33기) 검사를 성추행한 후 인사 불이익까지 줬다는 의혹을 받는 안태근(52ㆍ20기) 전 검사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 검사가 1월 29일 성추행 및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시킨 지 77일 만이다.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16일 안 전 검사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검사장은 검찰국장이던 2015년 8월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좌천성 인사를 받도록 권한을 남용한 혐의다. 이 혐의는 공무원(안 전 검사장)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서 검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적용된다. 조사단은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2014년 사무감사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성추행 혐의 또한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라 제외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에 앞서 이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달 13일 열린 심의위는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 여부에 대해 4시간가량 격론 끝에 ‘구속기소’ 의견을 의결했고, 검찰은 이 의견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르면 18일 오전 안 전 검사장을 불러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된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 사건과 관련해 충실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 영장이 발부돼도 구속기간 연장 없이 이달 내로 수사를 종결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 사건 처리 후 해단될 전망이다.

검찰이 외부 조언(심의위)까지 듣는 등 우여곡절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실제 구속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려면 고의성이 함께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인사 담당자가 재량 내에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을 직권남용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권리남용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고 양창수 전 대법관이 이끌던 심의위가 구속기소 의견을 먼저 제시한 만큼,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서 검사는 1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A4용지 16장 분량 글을 올렸다. 안 전 검사장이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서 검사를 성추행하고, 2014년 4월 서 검사에 대한 부당한 사무감사를 지시해 이를 근거로 이듬해 8월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이다. 서 검사의 고백은 국내 미투 운동으로 이어져 예술계, 정치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성차별적 문화에 경종을 울렸다. 검찰은 조사단을 꾸려 부하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현직 부장검사와 검찰 수사관 등을 재판에 넘겼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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