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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단상] 에밀 시오랑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중

입력
2015.08.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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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굳게 믿지만,

또한 동시에 나의 존재만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느낀다

더 나아가 만일 세상과 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세상 모든 빛과 법칙을 없애버리고 홀로 허공을 떠돌 것이다

- 에밀 시오랑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중

세상과 나 중 뭘 택할 거냔 질문. 묻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그럴 수야 없지. 그 질문은 책상 서랍 속 사표, 거의 다 작성한 이혼 서류, 장롱 속 감춰 둔 농약, 삶을 연장시키는 모든 결별과 해방의 가능성.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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