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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아이들 8명 돌본 경찰관 안타까운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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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아이들 8명 돌본 경찰관 안타까운 퇴임

입력
2017.02.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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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부경찰서 김종혁 경위 암투병 명퇴

27일 오전 광주 북구경찰서에서 명예퇴임식을 갖고 임광문경찰서장이 김종혁(왼쪽) 경위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27일 오전 광주 북구경찰서에서 명예퇴임식을 갖고 임광문경찰서장이 김종혁(왼쪽) 경위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선행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풍족하게 못 해준 것이 항상 미안했다”

27일 오전 광주 북부경찰서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지난 10년 동안 결손가정 자녀와 고아 등 8명의 여아를 돌보는 선행을 펼친 김종혁(57)경위가 암 투병 때문에 명예퇴임식을 가져 주위 동료들로부터 안타까움과 걱정 등으로 숙연했다.

지난해 말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김 경위가 정년을 2년 앞두고 경찰일선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28년 형사생활을 마치면서 자신의 선행도 알려져 화제다.

그가 갈 곳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사연이 안타까운 한 여자아이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것이 벌써 8명이 됐다. 첫 아이가 여자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모두 여자였다. 초등 3학년부터 중학생 3학년까지였던 이들이 어느덧 성장해 두 명은 대학생이 됐다. 지난해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3살 여아가 김 경위의 집으로 와 웃음을 주는 막내로 성장하고 있다.

항상 형사계 일선에서 활동했던 김 경위가 결손가정 자녀와 고아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돌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게 10년이 지났다. 혹시나 이들의 사연이 외부로 알려져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자신이 경찰관이라는 사실까지도 숨기며 키웠다.

이들의 큰 후원자는 아내와 남매였다. 사춘기를 겪는 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몫도 가족과 함께여서 가능했다. 그런 김 경위에게도 시련이 다가왔다. 지난해 말 건강검진 결과 위암 초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아 위 3분의 2와 쓸개, 십이지장 등 장기를 도려내야 했다.

현장에서 생활하는 형사가 2년여 남은 정년퇴직 기한을 끝까지 채우고 싶었지만, 수시로 병원 치료를 다녀야 하고 식이요법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동료 경찰관에게 피해를 줄까 봐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이날 김 경위는 자비를 털어 마련한 수건에‘그동안 고마웠습니다’는 문구를 새겨 동료들에게 돌렸다.

김 경위는 “막상 퇴직하니 그 동안 힘든 일과 불만은 사라지고 경찰조직의 고마움만 남는다”며 “경찰시절 힘들 때 집으로 돌아가면 자식들이 마냥 반겨줘서 정말 행복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니 그동안 수술하면서 소홀했던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 모든 것을 바칠 예정”이라며 “아이들이 홀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키우기 위해 새로운 일거리도 찾아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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