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마필관리사의 자살… 한달째 장례 못 치른채 공방만

알림

마필관리사의 자살… 한달째 장례 못 치른채 공방만

입력
2017.06.28 04:40
0 0

유서에 ‘X 같은 마사회’ 비판

장례 위임 민노총 “고용 문제”

직접고용 등 9개 사항 요구

마사회는 “파견법 위반이라…”

직접고용은 수용 불가 고수

양측 입장 못 좁히고 평행선

27일 오후 7시 부산 서면에서 특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 달 26일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마구간 인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경근(38)씨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였다. 집회를 주도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향후 매주 월요일마다 추모집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박씨의 장례식은 숨진 지 한달이 넘도록 치르지 못하고 있다. 가족으로부터 박씨의 시신을 위임받은 민노총이 한국마사회측에 고용구조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있어서다.

민노총측은 박씨가 당시 남긴 유서에 ‘X같은 마사회’ 등 굵은 펜으로 날려 쓴 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미뤄 한국마사회측과 고용을 둘러싼 문제가 사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런 부분이 박씨의 사인 중 일부임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사정 등 보다 복합적인 배경에서 박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주변인 진술과 숨진 당일의 자동차 블랙박스 녹음 내용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박씨의 장례식 여부는 민노총과 마사회측의 직접 고용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쟁점이다. 앞서 1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 회장 등 경영진과 만나 직접고용, 임금체계 개편, 산재감소, 공식사과, 재발방지, 복직, 노조활동 보장, 고인의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인권침해 금지 등 9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마사회는 8개안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 고용에 대해서만큼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직고용의 경우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파견법 시행령은 파견대상업무를 32개로 제한하고 있고, 여기에 마필관리사 업무는 빠져있다.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고용해도 업무를 위해 조교사에게 파견을 보낼 수밖에 없는데 이는 파견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마사회는 경마시설을 갖추고 관련규칙을 마련해 경기전반을 관리하며 마주를 둔다. 마주는 말의 관리와 육성을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에 맡기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다.

직접고용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27일까지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관계자는 “현행법과 개인마주제로 정립된 경마시행시스템의 공정성 확보 등을 감안할 때 수용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경마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유사한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노총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경마시행체계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이석재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기존 시스템에 변화를 줘야 한다”며 “직고용 가능성과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직고용을 포함한 9개 요구안이 모두 관철될 때까지 숨진 마필관리사 박씨의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추모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