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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되어야… 90년 7월생” 하나은행 깨알지침 ‘채용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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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되어야… 90년 7월생” 하나은행 깨알지침 ‘채용 반칙’

입력
2018.04.04 15:4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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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 9명 붙이려 B대 9명 탈락시켜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의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검사한 뒤 작성한 내부 자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4일 공개했다. 심상정 의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의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검사한 뒤 작성한 내부 자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4일 공개했다. 심상정 의원 제공

2013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공채 때 당시 하나은행 임원 추천을 받은 강모씨는 서류전형 점수부터 합격 기준을 크게 밑돌았지만 결국 최종합격 했다. 서류전형을 통과시키고 최종면접 때 임의로 점수를 올려주는 특혜를 받은 덕분이다. 강씨는 청와대 감사관 조카다.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추천을 받은 임모씨는 서류-실무면접-합숙면접(필기)-임원면접 4단계로 이어지는 전형에서 임원 면접을 뺀 나머지 전형에서 모두 특혜를 받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4일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사실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금감원은 앞서 2013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당시 최종합격자 229명 중 32명이 특혜 합격했다는 내용의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32명 중 16명이 내부자 추천을 받은 합격자인데, 심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이들이 누구의 추천을 받았고 어떤 전형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는지가 드러나 있다.

추천 내용에 ‘최종합격’이라고 표시된 김모씨는 서류전형, 실무면접, 합숙면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숙면접 때는 태도 불량으로 0점을 받았지만 최종 문턱을 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특히 김씨의 추천인(김○○ㆍ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 이름 옆에 ‘(회)’라고 표시돼 있어 그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해당 표시가 김정태 현 회장으로 추정은 되지만 구체적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고 김 회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금감원에 해명한 상황이다.

이모 당시 부행장의 추천을 받은 조모씨는 서류와 실무면접 때 특혜를 받았다. 조씨의 경우 추천내용에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의견, 90년 7월생’이라고 적혀 있다.

또다른 특혜 입사자인 임모씨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추천을 받고 최종합격 했다. 임씨는 최 전 원장 대학 동창의 아들이다. 최 전 원장은 지난달 채용비리 논란이 일었을 때 “외부에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심 의원이 공개한 표를 보면 당시 하나지주 부사장이었던 임모씨가 최 전 원장 지시를 받고 추천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밖에 신촌역 지점장, 인사담당 전무 등이 추천인에 이름을 올렸고, ‘국회 정무실’이 하나지주 공보실을 통해 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원자도 있었다. 최종 합격을 하진 못했지만 추천인엔 금융감독원 직원도 있었다. 다만 금감원은 이들 직원이 누구인지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이 특정대학 출신을 뽑으려고 면접 점수를 임의로 조작하는 과정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문건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대학을 13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ㆍ포스텍ㆍ카이스트는 1등급, 연세대, 고려대는 2등급 대학으로 분류됐다. 하나은행이 특정 학교 졸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탈락자 14명을 합격 처리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실무면접에서 탈락한 특정 대학 졸업자 남자 9명을 합격시키고 대신 다른 특정 대학 졸업자 남자 9명을 일괄 탈락시킨 사실이 문건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나은행 검사를 끝으로 추가적인 은행 채용비리 검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까지 확대하기엔 검사 인력이 충분히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기존 검사 땐 문제삼지 않은 단순 추천에 의한 합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아직 세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번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검사에서 단순 추천에 의한 합격은 채용비리로 분류하지 않았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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