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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국정 역사교과서, 베일을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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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국정 역사교과서, 베일을 벗다

입력
2016.11.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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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방침 확정 뒤 1년여 만

‘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北 비판하며 南 정통성 강조

“경제성장 성과 비중 확대”

교육부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층에서 기자들에게 미리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배포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교육부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층에서 기자들에게 미리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배포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광복 이후 우리는 민주적 자유선거를 실시하여 대한민국을 수립하였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국정화 방침을 확정한 지 1년여 만이다. 무엇보다 1948년 수립된 남북 정부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으로 격상된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한 정권으로 격하됐다. 북한에 대한 비판 강화로 남한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균형을 명분 삼아 경제성장 성과 비중을 늘린 것도 특징이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국정 역사교과서 3종(중학교 ‘역사 ①ㆍ②’와 고등학교 ‘한국사’)의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사실과 헌법 가치에 충실한 대한민국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학계의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현장 교원들이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김정배 국편 위원장은 “특정 이념 편향성을 바로잡아 청소년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새 교과서에선 대한민국 정통성이 확고해졌다. 기존 검정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대한민국 수립’, ‘북한 정권 수립’으로 각각 손질됐다(고교 한국사 기준). “(1948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는 서술도 포함됐다. “당시 유엔에서 승인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사실도 사료와 함께 제시됐다.

이와 함께 새 교과서는 북한의 군사 도발과 인권 문제, 핵 개발 등 관련 사실에 대해 상세히 서술했다. 학생들이 북한 실상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기존 검정교과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서술하거나 북한의 군사 도발을 간략하게 다뤘고, 일부 교과서는 북한의 책임이 명확한 ‘천안함 사건’도 책임 주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천안함 침몰’로만 서술했다”며 “북한의 군사도발과 인권 문제를 각각 별도 소주제로 구성하고, 천안함 사건도 북한 소행임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3대 세습 체제를 이념적으로 정당화하는 도구로 주체사상ㆍ자주노선을 활용한 사실과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가 억압 당하는 상황도 새 교과서는 분명히 서술했다.

1948년 이후 각 정권의 공과(功過)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뤘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항일무장투쟁 위주였던 독립 운동 부분에는 외교독립 활동과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술이 보강됐다. 교육부는 “기존 검정교과서가 경제성장의 성과보다 부작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교과서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을 충분히 서술했고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도 별도로 균형 있게 서술했다”고 했다.

동북아 역사 전쟁에도 본격 가세했다. 독도 관련 분량을 대폭 확대하고, 일본 사료까지 함께 제시, 학생들이 다양한 근거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민국의 독도 영유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특히 독도가 삼국시대부터 우리 역사에 편입됐다는 주장을 증명하는 다양한 사료를 포함해 일본 주장의 허구성을 밝혔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검정교과서에 대부분 서술되지 않았던 ‘동해’에 대해서도 동해 표기의 역사적 연원을 제시해 정당성을 강조했고 국제사회에 동해 표기를 확산시키려고 기울인 우리 정부의 노력도 함께 소개했다.

일본군‘위안부’의 경우 동원의 강제성, 인권 유린, 국제 사회의 인식 등이 충실히 서술됐다는 게 교육부 주장이다. 특히 고등학교 ‘한국사’에서는 기존 대부분의 검정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고노 관방장관 담화(1993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1995년) 및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을 소개해 일본의 과거사 부정이 부당한 행위임을 강조했다.

동북공정과 같은 고대사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고조선 등 고대사에 대한 서술을 확대했고 백제가 해상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료를 특집 페이지로 구성해 고대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뉴라이트 사관이 수용된 반북ㆍ반공 교과서에 가깝다”며 “북한을 화해ㆍ통일 대상보다는 적대 세력으로 바라봤다”고 지적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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