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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씨네] '그 후',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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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씨네] '그 후',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입력
2017.06.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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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리뷰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신작 '그 후'는 전작들에 비해 한층 밝고, 경쾌하며 가볍다. 홍상수 식 일상 뒤틀기는 여전하며, 특유의 유머감각은 역설적인 상황 속에 잘 어우러져 있다. 남녀의 사랑을 풀어놓는 방식 역시 가벼워졌다.

'그 후'는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의 아내(조윤희)가 첫 출근한 출판사 직원 아름(김민희)을 남편의 내연녀로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불륜을 봉완과 내연녀 창숙(김새벽)의 시점, 제3자 아름의 시점으로 각각 다르게 표현해 '보는 재미'가 있다.

봉완은 떠난 연인 창숙을 그리워하며 이른 새벽부터 아침밥을 먹는다. 다짜고짜 "여자 생겼냐"며 따지는 아내를 뒤로 한 채 봉완은 출판사로 출근하고, 창숙의 빈자리를 채운 새 직원 아름과 마주한다. 이 때부터 길고 긴 하루가 시작된다. 봉완이 예전에 쓴 연애편지를 발견한 아내는 노발대발해 사무실로 찾아와 아름의 뺨을 후려친다.

봉완은 아내에게 아름을 "오늘 첫 출근한 직원일 뿐이다"고 재차 설명하지만 도루묵이다. 아내는 아름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고 자신이 저지른 무례한 행동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는다. 남편의 불륜에 화가 난 중년여성이 단지 화풀이 상대만 찾고 있는 듯 표현해 거북하게 느껴진다.

불륜 커플 봉완과 창숙 역시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는다. 서로를 보고 "너무 아름답다"며 감탄하는 대사와 달리 이들의 사랑은 이기적이고 한심하다. 몇 달 만에 찾아와 아름을 쫓아내고, 다시 봉완과 일하려는 창숙과 동조하는 봉완의 뻔뻔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서로를 갈구하다가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두 사람의 가벼운 연애 역시 실소를 터트리게 한다.

'불륜'으로 얽힌 주요 등장인물 중 가장 '정상적인' 이가 바로 아름이다. 세상에 믿음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소신을 늘어놓는가 하면, 봉완에게 "왜 사세요?"라며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 특히 홍상수와 불륜관계를 인정한 김민희가 '제3자'로 분해 펼치는 연기가 가히 흥미롭다. 특히 불륜의 이면을 제3자인 아름의 눈으로 해석함으로써 전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는 다른 가벼운 분위기를 풍긴다.

언제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내는 홍 감독의 연출법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영화 말미 오랜만에 찾아온 아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봉완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아름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자기소개를 한 후 "저 기억하지 못하죠?"라고 날카롭게 되묻는다. 기억하기 싫은 것은 잊고 마는 인간의 행태를 비꼬는 장면이다. 곧 홍상수와 김민희의 스캔들 역시 언젠가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홍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불륜남'을 연기한 권해효는 홍상수의 전작들 속 남자들처럼 지질하다. 아내, 내연녀, 첫 출근한 직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오열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김민희는 똑 부러진 캐릭터 아름을 한층 농익은 연기로 표현해냈다. 내연녀 창숙을 연기한 김새벽은 순수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이기적인 캐릭터를 안정감 있게 소화하며 묘한 매력을 풍긴다. 7월 6일 개봉. 러닝타임 91분.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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