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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 악수 순간 환호, 눈물… “북한으로 수학여행 가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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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 악수 순간 환호, 눈물… “북한으로 수학여행 가게 되나”

입력
2018.04.27 17: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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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배웅 인파 북적

시청역 등 6000여명 몰려

지방서 가족과 함께 상경도

“김정은 쇼맨십… 유머 감각”

TV화면속 행보 연신 화제

평양냉면 가게 종일 북새통

보수단체 인공기 불태우며

덕수궁 앞,임진각서 과격시위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맞이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맞이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두 정상이 환하게 웃으면서 악수하는데…가슴 벅차서 몸이 떨리고 눈물이 다 나네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9시 28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각 북측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TV 앞에 모여있던 시민들 사이로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뒤이어 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기다리던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순간, 탄성은 곧 힘찬 박수로 바뀌었다. 역사적 순간을 환영하기 위한 축하의 손짓. 몇몇 시민은 눈앞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남북 정상이 11년 만에 만난 이날, 국민의 시선이 온통 판문점으로 집중됐다. 대부분은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를 환영하는 반응이었지만, 일부 보수단체가 과격한 집회를 여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환호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경복궁역-시청역으로 이어지는 길로 인파가 몰렸다.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를 비롯 6,000여명 정도가 문 대통령이 탄 차량에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도 청와대 인근 창성동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시민들 격려에 화답했다.

서울광장에 설치한 대형 전광판 앞에도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지방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온 사람도 있었다. 부산에서 온 김동수(40)씨는 “여섯 살, 여덟 살 두 아이가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고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 다른 세상이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창 수업이 있어야 할 교실에서도 학생들과 선생님이 다 함께 TV로 시선을 고정했다. 자체방송이 일시 중단되고 정상회담이 생중계된 전국 교정시설에서도 재소자들이 담장 바깥과 똑같은 마음으로 TV를 시청했다.

TV 화면 속 김 위원장 언행은 연신 화제에 올랐다. 직장인 이의광(36)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호방하고 유머감각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회사원 박지영(36)씨 역시 “쇼맨십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예의가 바르고 유머감각이 있다”거나 “문 대통령 손을 잡고 같이 북쪽으로 넘어갈 때는 사고가 유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평이 이어졌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국민과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응원을 보냈다. 이틀째 한국 여행 중인 중국계 미국인 미셸 왕(28)씨는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과 이를 지켜보던 한국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어 미국 친구들에게 자랑했다”며 “이번 만남을 통해 한반도와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평양냉면 가게는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중구 ‘을지면옥’에는 오전 11시 40분에 이미 60m까지 줄이 이어질 정도. 전국 각지의 식당들도 ‘한라산’ 소주와 ‘대동강’ 맥주를 섞어 만든 ‘통일주’를 팔거나 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알려진 ‘달고기’ 요리를 개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정상회담 축하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특히 이날 오후 6시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 합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정전 종식 합의’ 등의 내용이 담긴 것이 알려지자 “실감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직장인 문인선(34)씨는 “이렇게 쉬운 일인데, 그 동안은 왜 그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며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과 이행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이용숙(40)씨는 “이제 아이들이 수학여행으로 북한도 갈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며 설레어 했다. 대학원생 박석현(27)씨는 “통일을 얘기하긴 이르겠지만, 종전 선언만으로도 큰 도약”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한편 서울 중구 대한문 앞과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는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들이 이른 시간부터 집결해 김 위원장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 과격한 집회로 남북정상회담에 반발했다. 집회를 주최한 민중홍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대표는 “북핵 폐기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과 평화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240명 가량은 오전 10시쯤 관광버스 6대를 타고 경기 파주시 임진각으로 이동해 “김정은 타도하자”고 외치는 동시에 인공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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