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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술 취한 삼촌’

입력
2016.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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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 국민 중 누가 더 나쁜 선택을 했을까’라는 부질없는 질문을 던져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얘기다. 미국 언론의 언급에 빗대면 ‘술 취한 삼촌’과 ‘거짓말쟁이’중 누구를 고르는 게 덜 나쁘냐는 물음이다. 유권자는 주어진 후보 중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영국이 선택한 브렉시트(Brexit)도 닮았다. 최선이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의 선택이다. 그래서 트럼피즘(Trumpism)을 선거제도나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로 보는 시각도 있다.

▦ 트럼피즘은 극단적이고 황당한 주장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이다. 식스팩 조(six-pack Joe)라는 평균적 미국 중년 백인 남성의 분노와 상실감이 배경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백인 여성도 합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6캔짜리 팩 맥주를 들고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저소득ㆍ저학력 계층이 주체다. 이들의 소득과 일자리는 이민자 유입과 기술발달, 무역역조 등에 위협을 받는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취약계층으로 전락한 이들은 스스로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패배자로 인식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저술에서 신자유주의의 큰 특징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복지 축소, 시장자유화를 통한 공급 주도성장체제다. 둘째는 금융ㆍ자본이동 자유화를 통한 금융주도 성장체제다. 실물경제가 몰락하는데도 금융산업이 확대되면서 성장을 이끄는 형국이다. 셋째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이윤의 몫을 증가시키는 이윤주도 성장체제다. 넷째는 미국 주도 성장체제라는 것이다. 정작 이 모든 과정에서 미국 주류계층이던 백인 상당수가 하층계급으로 떨어졌다.

▦ 백인이지만 루저(loser)라는 트럼프 지지자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재벌과 중동의 정치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과다한 강연료에도 시비를 걸었다. 클린턴은 재벌 등 물주들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게 결론이었다. 반면 트럼프는 누구에게도 돈은 받지 않았다. 더욱이 클린턴은 현실을 얘기하지 않지만, 트럼프는 정직해 보이지는 않아도 솔직해서 좋다고 했다. 그래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 행복하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것이 트럼피즘의 속살일까.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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