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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한국대사관, 민단에 소녀상 철거 주장하라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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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한국대사관, 민단에 소녀상 철거 주장하라 요청”

입력
2017.02.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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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오공태 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오공태 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의 오공태 단장이 연초 부산 일본 총영사관앞 소녀상 철거를 주장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당시 주일한국대사관 측이 이같은 발언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민단의 주장을 근거로 일본 우익언론이 재일동포 전체가 소녀상 철거를 원하는 것처럼 보도했다는 점은 물론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이준규 주일한국대사의 처신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민단 중앙본부는 지난달 13일 신년회에서 한일관계가 부산 소녀상 설치로 급격한 경색국면에 들어가자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한국과 일본, 국가간의 약속이 쉽게 깨지면 안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자 한국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민단에 대한 융단폭격식 비판이 쏟아졌고 매국노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31일 밤 도쿄(東京)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오공태 단장은 “욕먹을 각오를 하고 생각을 밝힌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우리도 다를 바 없다. 일본땅에서 살아온 부모님을 뒀다. 하지만 한일 갈등이 심해지면서 재일동포들은 너무나도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단 측에 따르면 당시 입장발표 일주일여 전 주일한국대사관 측으로부터 “재일동포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지난 6일 민단과 한인회 등 재외동포 단체들이 참석한 신년모임에서 이준규 대사가 “직접 피해입은 여러분이 뭔가 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부산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발대식이 열린 지난달 18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후문에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부산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혜원 기자
부산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발대식이 열린 지난달 18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후문에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부산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혜원 기자

이 대사는 “이 문제로 고생하고 피해입는 사람은 여기 사는 재일동포다. 대한민국 정부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여러분들도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 대사는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그 소리를 대사관앞으로 내줘도 되고, 외교부, 청와대에 내줘도 된다. 일본정부도 좋다”면서 “여러분이 당사자로서 소리를 내주는게 전체적인 노력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라 말했다고 민단 측이 전했다.

실제 이후 오 단장은 신년 입장발표에서 “부산 소녀상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재일동포”라며 “철거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재일동포의 공통되고 절실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입장을 한국을 방문해 정부측에 전달할 것을 예고하는가 하면 일본 지지(時事)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내 반발을 각오하고 있다. 양국관계 악화에 의한 가장 큰 피해자는 재일동포”라고 같은 주장을 폈다.

오 단장은 특히 31일 한국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주일대사관의 주문 때문에 소녀상 철거발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것을 참조했다”고 말했다. 다만 민단 측은 “(주일대사의)그런 얘기가 있긴 했지만 입장을 내는 과정에서 대사의 발언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매년 80억원가량을 민단에 지원하고 있다. 이 대사의 발언을 은근한 압박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민단 측이 전한 이준규 대사의 발언에 대해 주일한국대사관측은 “이 대사는 한일관계의 부침이 재일동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대해, 평소 재일동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위로함과 동시에 재일동포들의 입장을 우리 국민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는 일반적 차원에서 발언했을 뿐이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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