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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칼럼] ‘65세 노인’과 ‘70세 복지’

입력
2015.05.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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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노인 70세” 논의에 물꼬

실제 이해당사자는 지금 청장년 세대

‘미래의 노인’ 결단과 양보 이끌어야

요즘 65세가 되었다고 노인이라고 여기는 일은 자타 불문하고 거의 없다. 70세는 되어야 ‘겨우’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노인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이 그렇게 대답했다. 대한노인회가 “현재 65세로 되어있는 노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공론화 안건을 정기이사회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국민의 13%인 665만 명 정도, 대한노인회에는 300여만 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다.

대한노인회는 노인의 (법적)나이를 높이는 데 반대해 왔다. 이번에 ‘70세 노인’을 제안하면서 “국민 모두가 노인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이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 활발하게 토론할 계기를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 후부터 70세로 하거나, 2년마다 1세씩(10년 후 70세) 하는 등의 방안을 궁리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좋은 제안이고 반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래 국가재정이 거덜나 우리의 아이들이 고생하게 될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저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언뜻 노노(老老) 갈등이 그렇고, 세대간 불화도 예상할 수 있다.

필자 역시 당연히 뭔가를 내려놓아야 할 듯하다. 을미년(乙未年)에 태어나 지난주에 생일상을 받았으니 명실상부하게 ‘6학년’이다. 내년부터 국민연금 대상자가 되고, 5년 뒤부터는 전철과 지하철을 공짜로 타면서 약간의 기초연금(소득 하위 70%)을 받을 수도 있다. 대한노인회가 제안한 대로 되면 어떨까? 올 정기국회에서 당장 확정된다고 가정하고, ‘2년마다 1세씩 늘리는 신속한 개혁’을 상정해 보았다. 10년 후부터 노인의 기준이 70세가 되는데, 필자는 이미 70세를 넘었으니 내려놓을 게 거의 없다. 현재의 노인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일부 노인사회나 다른 단체에서 대한노인회의 제안이 빈부 노인들 사이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일 수 있겠다.

세대간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새길 만하다. 노인의 기준을 70세로 하자는 중요한 이유는 국가재정이 어려우니 65~69세 때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그리고 지하철 무료이용 등을 양보하자는 내용이다. 현재의 50대는 2년마다 1세씩(서둘러) 늘릴 경우 해당될 수 있으며, 40대 이하는 4년마다 1세씩(점진적으로) 늘린다 하더라도 대부분 영향을 받게 된다. 결국 기득권을 포기해야 할 대상은 현재의 청장년, 그 이하 세대인 것이다. 강퍅하게 얘기하자면 ‘노인 65세’를 ‘노인 70세’로 변경하는 문제는 지금의 노인이 아니라 미래의 노인이 결단하고 동의해야 할 문제다.

대한노인회는 지하철 전철 등의 무료 이용이 논란이 되었을 지난 2010년 혜택을 받는 노인의 나이를 올리는 데 반대했고, 그 주장은 관철됐다. 2013년에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매달 20만원씩 드리겠다’는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 재정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사회적 갈등이 부풀었다. 당시 대한노인회는 ‘65세 이상 소득하위 70%에게만 지급하는 안’을 제시해 현재의 기초연금제 골격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2010년 상황에선 노인의 기득권이 지켜졌고, 2013년 상황에선 노인의 기득권이 양보됐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이해당사자의 목소리였기에 유지든 양보든 실현이 가능했다.

이해당사자의 결단과 동의가 없으면 이러한 종류의 개혁은 거의 불가능하다. 반쪽의 개혁조차 어렵고, 그마저도 지난한 과정이 따른다는 사실을 최근 공무원연금개혁에서 우리는 잘 보고 있다. 유럽에서 65세를 기준으로 노령연금 개념이 생긴 것이 1800년대 말, 기대수명이 50세 정도였을 때이니 거의 100년 전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거의 모든 국가에서 노인복지의 기준은 65세에 머무르고 있다. 세대간의 합의, 전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얘기다.

대한노인회가 ‘70세 노인’의 논의를 위한 물꼬를 텄다. 지난한 논의의 물길을 이끌고 잡아가야 할 쪽은 지금의 청장년 세대다.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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