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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용창출 위해 공공기관 기능조정 필요하다

입력
2017.04.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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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멸의 삶을 꿈꾼다. 그러나 생명체가 무한 수명을 가졌다면 지구는 이미 멸망했을 것이다. 생명이 유한한 덕분에 인류는 번성하고 있다. 공공기관도 불멸의 삶을 꿈꾼다. 그런데 공공기관은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 새 기능이 탄생하지만 필요 없어진 기능이 소멸하진 않는다. 그 결과 공공부문은 계속 비대해지고 민간 생태계는 취약해진다. 그래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해야 한다’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도 적지는 않으나 향후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소비자에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공공기관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국민은 선택권이 없고 민간 공급자가 탄생할 수도 없다. 앞으론 정부가 공공기관 대신 국민에게 돈을 주어 시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구매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고용이 창출된다. LH공사가 독점 공급하던 저소득층 임대주택시장에 민간을 참여시키고 대신 수혜자에게 주거급여를 주어 민간의 임대주택 중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 이미 도입되어 있다. 다른 복지서비스에도 이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국민행복카드로 통합하는 것도 좋겠다.

둘째,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정부도 산하 공공기관에 일감을 몰아준다. 누가 그 일을 가장 잘 할지는 묻지 않는다. 정부로선 공공기관을 키워야 일 시키기도 편하고 퇴임 후 갈 자리도 마련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독점 지위에 안주하고, 민간의 고용창출 기회는 막힌다. 앞으론 공공기관과 민간 중 해당 기능을 잘 수행할 곳을 골라 정부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공공기관을 탈락시킬 수도 있고 기존의 공공기관을 유지하면서 경쟁을 도입할 수도 있다. 코레일과 비교 경쟁하도록 수서 발 고속전철(SRX)을 운영하는 것이 그 예이다.

셋째, 공공기관의 시장개입은 간접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해외자원 개발을 직접 하기보다는 민간의 자원개발을 지원하거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이 옳다.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직접 융자를 해주기보다는 민간은행에 그 역할을 맡기고 낮은 이자를 적용해 준 은행에 이자율 차이를 보전해 주면 된다. 공공기관이 직접 창업지원을 하기 보다는 창업을 지원하는 민간 액셀러레이터를 지원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민간의 생태계가 살아나 고용이 더 창출된다.

넷째, 공공기관은 민간과 경쟁하지 말고 민간을 감독하는 기능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감정원이 공시지가 업무를 그만 두고 민간 감정평가 감독기능으로 전환한 것이 그 예이다. 휘발유 가격 인하를 위해 공공기관이 직접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건 하책이다. 대신 정유사간, 주유소간 담합을 감독하는 것이 옳다.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검사·검증·인증 기능도 직접 할 것이 아니라 생산자, 협회, 민간검사업체에 그 기능을 이양해야 한다. 대신 공공기관은 민간을 감독하면 된다. 그래야 민간 생태계가 살아나 고용도 늘어난다.

끝으로, 공익성 낮은 기능은 폐지해야 한다. 공익성도 없으면서 시장에 참여하여 민간의 수익창출 기회를 박탈하는 기능은 중단되어야 한다. 물론 필요한 기능은 신설해야 한다. 그러나 기능을 신설할 때에는 기존 기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야 공공부문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은 정부출범 초기에 해치우기엔 너무 방대한 일이다.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은 결국 주무 부처의 기능조정으로 연결되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재부내 추진체계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332개 공공기관을 5년 주기로 기능조정 해도 1년에 66개씩 보아야 한다. 정부 출범 초기에 향후 5년 동안의 기능점검 대상분야를 발표하고 임기 중 차근차근 기능조정을 해 나가길 권한다. 공공부문 생태계가 살아야 고용도 늘어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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