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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괴물 사냥에 빠진 한국, 하루 400만명 도심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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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괴물 사냥에 빠진 한국, 하루 400만명 도심 헤맨다

입력
2017.02.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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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 이용자 10~30대 젊은이들

현실에 실망한 헛헛한 가슴을 채워주나

지난해 출시된 외국에서는 이미 인기 하락

‘휘발성’ 높은 모바일 게임 특성상

높은 인기 언제까지 유지될까 관심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뿌연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허공에 손짓을 해대는 젊은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녔다. 귀여운 괴물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사용자들이다.

광화문과 서울시청 일대는 포켓몬 포획에 필요한 몬스터볼을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포켓스톱이 밀집된 지역이라 이날 설 연휴 이후 재개된 14차 촛불집회 주변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도 꽤 보였다.

취업을 준비하다 대학원 진학으로 방향을 튼 김모(29)씨는 “지인이 하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처지에 취미 생활은 사치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포켓몬고에 푹 빠졌다”며 “발품을 팔면 별다른 비용 없이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출시된 포켓몬고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당초 게임업계에서는 해외보다 한참 늦은 출시와 추운 날씨 등을 흥행의 변수로 봤지만, 포켓몬고는 게임의 범주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5일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출시 이후 9일 만인 이달 1일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 775만8,295명이 포켓몬고를 내려 받았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까지 합치면 포켓몬고를 받은 인원은 더 늘어난다.

하루 사용자는 설날인 지난달 28일 523만8,000여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평일에 40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포함한 국내 전체 앱 중 10위권에 드는 성적표다. 액수는 공개되지 않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집계되는 포켓몬고 국내 매출 순위는 출시 한달 만에 월 매출 2,000억원을 찍은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에 이어 줄곧 2위를 달리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5일 오후 서울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단기간에 사회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포켓몬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 사람들이 이동하며 고궁에 인파가 몰리고, 동네 문화유적 주변이 북적거리는 기현상이 생겼다. 포켓스톱과 몬스터볼, 포켓몬들이 대결하는 체육관 등 게임 속 용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덮었다. 포켓스톱과 역세권을 합친 ‘포세권’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고, “도시에 비해 시골은 포켓몬 사냥에 불리하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돈을 받고 대신 포켓몬을 잡아주는 아르바이트, 더 많은 포켓몬을 잡기 위한 위성항법시스템(GPS) 조작 앱이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포켓몬 삼매경’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우려해 경찰은 운전 중 게임을 집중 단속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스로 이동하면서 가상현실이란 최신기술을 접할 수 있다는 신선함에 어린 시절 향유한 포켓몬이란 캐릭터의 추억까지 소환한 게 인기의 요인”이라고 포켓몬고 현상을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포켓몬고 이용자 비중이 10대(33%)와 20대(34%)에서 가장 높은 점에 주목한다. 고된 취업난 등 팍팍한 현실의 탈출구로서의 역할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영상제작 업체에 다니다 그만둔 전모(31ㆍ여)씨는 “현실에서는 별볼일 없는 백수지만 포켓몬고는 노력한 만큼 나만의 캐릭터를 늘리고 레벨도 높일 수 있어 묘한 보상심리를 느낀다”고 말했다.

관심은 포켓몬고의 ‘롱런’ 여부로 쏠리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PC용 게임보다 수명이 짧은데다 지난해 먼저 출시된 해외에서는 이미 인기가 시들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은 콘텐츠가 좋고 계속 이벤트를 추가하면 어느 정도 수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휘발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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