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국도 요동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해임건의안 카드를 활용하기도 전에 이 총리가 물러나 김이 빠졌지만 공세를 멈추지 않을 기세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이 총리 사퇴 공세를 해소하고 반격을 준비 중이어서 4ㆍ29 재보선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0일 이 총리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국민이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당은 공정한 수사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임 건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압박했다.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와 관련해‘22일 제출 → 23일 본회의 보고 → 24일 추가 본회의 표결’ 과 ‘24일 또는 27일 제출 → 28일 또는 29일 추가 본회의 보고 → 30일 본회의 표결’ 등 두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 전이냐 후냐에 따라 정치적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본회의 시점을 고른 것이다.
국회법 117조에 따르면 총리 해임건의안은 제출 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처리토록 돼 있고, 이 기간을 넘기면 자동폐기된다. 4월 임시국회 중 여야가 합의한 본 회의는 23일, 30일, 5월 6일 등이며 추가로 본회의를 열려면 여야가 따로 합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21일 의원총회에서 해임안 제출ㆍ처리 시점을 결정하고 4ㆍ29 재보선까지 공세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총리가 20일 밤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새정치연합은 새로운 재보선 전략을 짜야 할 형편이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귀국 후 정국 주도권을 뺏기면 야당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재보선에도 플러스가 되려면 이 총리 해임 압박을 이어가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를 선뜻 받기도 거부하기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내면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을 정도였다. 해임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새누리당 비주류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이탈표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자칫 잘못하면 사상 첫 총리 해임건의안 표결 통과라는 결과와 함께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고 본회의 개최를 거부할 경우 이 총리 비호로 비난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결국 이 총리가 박 대통령 귀국 전에라도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당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진 상태였다.
이 같은 기류를 감안해 당 지도부도 20일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압박했고, 이날 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새누리당은 한시름 던 분위기다.
이에 따라 9일 앞으로 다가온 4ㆍ29 재보선 승리를 위한 여야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은 이 총리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다른 여권 거물을 공격하며 박근혜정부 부패론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이 총리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점도 물고 늘어질 전망이다. 여당은 이 총리 사의 표명을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야당에 대한 성완종 로비설을 제기하며 재보선에서 역전을 거두겠다는 입장이다. 1년 만에 40% 밑으로 내려갔던 당 지지율을 추스르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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