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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제주 위해 헌신한 ‘푸른 눈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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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제주 위해 헌신한 ‘푸른 눈의 신부’

입력
2018.04.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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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피제 신부 선종

성이시돌 목장ㆍ복지시설 등 설립

최근엔 호스피스 병원 운영 도와

60년 넘게 제주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푸른 눈의 신부’ 임피제 신부(본명 패트릭 J. 맥그린치.사진)가 23일 오후 선종했다. 향년 90세. 제주도 제공.
60년 넘게 제주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푸른 눈의 신부’ 임피제 신부(본명 패트릭 J. 맥그린치.사진)가 23일 오후 선종했다. 향년 90세. 제주도 제공.

60년 넘게 제주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푸른 눈의 신부’ 임피제 신부(본명 패트릭 J. 맥그린치)가 23일 오후 선종했다. 향년 90세.

임 신부는 지난 9일 심근경색과 심부전증 등 허혈성 심질환으로 제주한라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후 6시27분 운명을 달리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1954년 20대 청년 시절에 이역만리 떨어진 제주로 건너 와 한평생을 제주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살아왔다. 임 신부가 처음 제주에 도착할 당시 제주사람들은 한국 전쟁과 4ㆍ3사건 등으로 인해 극심한 가난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는 제주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성이시돌 목장을 설립해 돼지, 양과 소, 말까지 사육하면서 한국 최대의 목장으로 키우는 등 제주 근대 목축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임 신부에게 ‘돼지 신부’라는 애칭도 이 때 붙여졌다.

그는 또 제주에서 처음으로 신용협동조합을 창립해 저리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는 등 제주사람들의 가난 해결에 집중해 온 제주 근대화의 선구자다.

임 신부는 병원, 양로원, 요양원, 유치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설립해 가난하고 소외 받은 이들도 돌봐왔다. 그는 현재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제주사회에서 남은 새로운 가난의 형태를 ‘죽음’이라고 생각하고, 제주사람들에게 줄 마지막 선물로 호스피스 병원을 택했다. 앞서 그는 1970년 4월 성이시돌 의원을 개원해 제주 서부권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 왔다. 그러다가 2002년 3월 호스피스병원 중심의 성이시돌 복지의원으로 재개원했고, 2007년에는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로 이전했다. 성이시돌 복지의원은 10개 병실과 20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종을 앞둔 이들을 위한 방도 따로 마련돼 있다. 임 신부는 90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성이시돌 호스피스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는 등 마지막까지 제주사람들에게 기적을 선물해주고 떠났다.

임 신부는 평생을 제주사람들에게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자랑스러운 제주인으로 선정됐고, 이듬해에는 국민훈장 모란상으로 받았다. 모국인 아일랜드 정부로부터도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제주시 한림읍 천주교 제주교구 한림성당에 마련됐으며, 장례미사는 27일 오전 10시 한림읍 성이시돌목장내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열린다. 장지는 임 신부가 설립한 성이시돌목장 내 이시돌 글라라 수녀원 묘지에 마련된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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