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양념(다대기)으로 위장한 중국산 고춧가루를 밀수입해 억대 관세를 회피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 및 관세법 위반 혐의로 곽모(5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월 물을 먹인 중국산 고춧가루를 다대기로 덮는 수법으로 24톤 컨테이너 상당의 물량을 들여와 관세 1억6,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곽씨 등 수입업자들은 다대기 수입관세가 고춧가루보다 훨씬 싸다는 점을 노렸다. 고춧가루는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혼합비율이 40%를 초과할 경우 관세가 원가의 270%에 달하지만, 다대기는 45%에 불과하다. 피의자들은 20㎏짜리 고춧가루 박스 1,200개를 들여오면서 하부 80%는 물 먹인 고춧가루로 채우고 상부 20%는 진짜 다대기로 덮었다.
조사 결과 경기 평택시에서 보세창고를 운영하는 곽씨는 밀수업자인 중국인 이모(49ㆍ여)씨로부터 “컨테이너 한 대를 빼돌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컨테이너를 이씨의 조카사위 A(43)씨 공장으로 옮겼고, A씨는 다대기로 위장한 고춧가루를 정품인 것처럼 속여 수입신고를 했다. 가짜 다대기는 정품과 밀도 차이가 크지 않아 엑스레이 검사도 쉽게 통과했다.
이들은 검사를 통과한 고춧가루를 고추씨 분말과 혼합해 건조한 후 다시 시중에 유통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통된 고춧가루는 다행히 인체에 유해하지 않았으나 유사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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