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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위안부 반성하지 않는 것 아니다 日의 노력도 알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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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위안부 반성하지 않는 것 아니다 日의 노력도 알아줬으면…"

입력
2014.12.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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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 체결 당시 사죄 차원… 한국 돕는 결단 제대로 안 알려져

日 군국화·우경화 시각은 잘못… 고노 담화 자체 권위 훼손 안 돼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 대사는 한일 갈등의 쟁점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할머니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가 된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시아여성기금 등을 통해 “일본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점을 평가해주는 분위기가 (한국 내에)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토 전 대사는 일본 내 고노담화 수정 요구에 대해 “일부 증언이 틀렸다고 해서 고노담화 자체의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냉각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국민 감정을 배제”하고 “상호 국익이나 지역 안보 환경을 고려해 전략적인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한일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한일관계에서 직시해야 할 것은 사실을 사실로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한국 언론은 일본이 군사대국이 되려고 한다는 식의 보도를 자주 하고 있고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일본이 보수화, 군국주의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우선 보수화는 세계 공통적 현상이다. 각국이 국익을 추구하며 과당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모두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데 이런 것이 보수화로 보이게 된다. 최근 일본의 방위 예산이 늘어난 것을 두고 일본이 군사대국화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일본은 최근 10년간 줄곧 방위예산을 줄여왔고, 중국은 20년 가량 매년 10% 이상 방위예산을 늘렸다.”

-한일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양국에는 어떤 생각과 자세가 필요한가.

“양국은 상호 국익이나 지역 안전보장 환경을 고려해 전략적인 관계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21세기 한일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일본이 총을 버리고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며 일본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에서도 이를 계기로 ‘우리도 역사인식을 진지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한 양국의 역사 공동연구도 필요하다. 20년 전 한일관계가 좋지 않을 당시 역사를 공동 연구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독일을 비롯한 영국, 폴란드 등 유럽에서는 국민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기반해 역사를 연구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한일도 역사연구에서 국민 감정을 배제해고 그 결과물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한일 갈등의 쟁점 중 하나는 위안부 문제다. 어떤 해법을 모색해가면 좋을까.

“최근 강제성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할머니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가 된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나도 한국 근무 당시 젊은 처녀가 위안부에 끌려 가기 싫어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한국인은 일본인이 강제적으로 위안부를 끌고 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을 신뢰하지 않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성의를 보이기 위해 아시아여성기금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시민단체와 정부가 모금한 보상금과 일본 총리 명의의 사죄편지가 주 내용으로, 초창기에는 한국 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

위안부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을 이해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할머니들이 보상금을 받고 싶어 한다면 말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리핀에서도 아시아여성기금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할머니들이 보상금 받는 데 반대한 단체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한국사회에서 기금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기금 부활은 어렵겠지만 당시에 일본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점을 평가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한일협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일협정은 양국의 가장 중요한 기본조약이다. 이제 와서 이를 보완하거나 백지화한다면 한일관계는 완전히 엉망이 되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뒤 청구권협정, 경제교류협정 등을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을 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가 적은 금액일지도 모르지만, 당시 일본으로 볼 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지화한 사죄 차원에서 한국에 가능한한 협력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결단을 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두고 아시아개발기금이나 세계은행에서는 경제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일본은 한국이 하고 싶어한다면 협력하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은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봤을 때 일본의 노력을 한국인들이 이해해줬더라면 한일협정 보완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화한 사실에 대해 결코 반성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향후 5년간 한일관계가 어떨 것으로 생각하나. 그를 위해 양국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한일간은 경제적인 이점이 정말 크다. 군사적으로도 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방해 한국과 관계 개선을 하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 양국 정부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 안보를 위한 협력을 제대로 해야 한다.

특히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양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 양국이 세계시장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FTA를 통해 경제파트너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고,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FTA를 통해 관계를 다져야 한다.”

-일본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최근 직접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언급한 적은 없다. 대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정확한 사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위안부가 20만명에 달한다는 잘못된 내용이 아직 한국사회에 사실처럼 알려져 있다. 근로정신대와 혼동한 것이다. 이런 부분을 한국에서도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고노담화는 실제 피해를 본 할머니의 증언을 직접 듣고, 결론을 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40년도 넘은 이야기를 증언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잘못된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이를 문제 삼는 세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 증언이 틀렸다고 해서 고노담화 자체의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의 진술이 객관성을 띤다는 점이다.”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두고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은 최근 동아시아 및 동ㆍ남중국해에서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국이 이를 견제했지만, 지금 미국은 국내 혹은 중동ㆍ러시아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 동아시아 정세에 개입할 여력이 없다. 일본이 지역 안정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는 일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집단적 자위권 허용도 미국과 관계를 고려한 것이다.

일본이 자체 군사력을 늘리는 것 보다 미국과 협력하는 편이 한국으로 봐서도 좋은 일이다. 일본은 중국과 무역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대신 미국 한국 호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중국과 협력 강화도 중요하다. 일본은 다양한 나라와 협력 차원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일본의 혐한 감정이 위험 수위다. 원인이 어디에 있나.

“근본적으로 한국측에서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한국의 일부 정치인이 일본에 대한 비난 발언을 쏟아내면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이렇게 소개된 사실을 토대로 상당수 일본인은 한국인이 일본을 싫어하고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국인이 일본인을 싫어하니 우리도 한국인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혐한서적이 많이 팔리고 혐오 발언(헤이트스피치)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 중 일본을 싫어하는 이는 거의 없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일본인들이 알아야 할 필요도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열고 이것이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일 정상회담은 당분간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 당분간 국장급 협의 등 모든 경로를 동원해 정상회담이 궤도에 오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

-한국민과 한국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의 한일 관계가 결코 나쁜 상황은 아니다. 일본에서 혐한 분위기가 있지만 한편으로 TV에서는 여전히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한국은 과거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친척에게도 말 못 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양국이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열어갔으면 좋겠다.”

도쿄=글ㆍ사진 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무토 마사토시

1948년 도쿄 출생

1972년 요코하마국립대 경제학과 졸업, 외무고시 합격

1975년 초임 사무관으로 한국 부임, 연세대 한국어학당 재학

1984년 주유엔대표부 서기관

1989년 주한 대사관 참사관

1991년 외무성 아시아국 북동아시아 과장

1996년 주영 대사관 공사

1999년 외무성 관방 심의관

2000년 주호주 대사관 공사

2001년 주호놀룰루 총영사

2005년 주한 대사관 공사

2007년 주쿠웨이트 대사

2010년 주한 대사(2년 2개월)

2012년 퇴임후 동서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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