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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공지능시대의 개인정보보호

입력
2017.08.0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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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공지능시대의 본격적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은퇴한 알파고의 바둑실력을 현장에서 목격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먼 미래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발생하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 상황 또는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조적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은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가져다 줄 여러 가지 편익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하게 될 인간 삶의 모습이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매 단계별 혁신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인공지능기술의 단계별 진화에 대해 놀라면서 열광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발전과 함께 규범적으로 늘 발생하게 되는 문제가 개인정보보호의 문제이다. 알파고의 경험을 통해 일반인들도 꽤 익숙하게 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혹은 딥러닝(deep learning)의 핵심은 무수히 많은 정보의 반복적인 입력과 처리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려는 것이 기술개발의 목적이므로, 그렇게 입력되고 처리되는 정보의 상당 부분은 개인의 삶의 모습과 관련된 정보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을 통해 의학적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환자들의 임상에 대한 정보들이 수집되어서 처리되어야 하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법률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실제 사건 당사자들의 정보와 사건의 내용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어야 한다. 또한, 스마트그리드 망이 구축되고 거기에 인공지능이 결합되어서 최적의 전력계통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개별 전력 사용자들의 전력 사용패턴에 대한 정보들이 마찬가지로 수집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있어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제도가 매우 엄격한 사전동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기술의 개발 등과 같이 빅데이터의 활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상황에서 사업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수집되는 정보의 정보주체로부터 그 수집과 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비식별화에 관한 논의들이 있기는 하지만 엄격한 사전동의를 요구하고 있는 현행 법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1여 년 전에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업자의 과실로 인한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관련된 법제도가 정비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에는 인터넷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수반해서 광범위하게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것에 비해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지나치게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제도로 인해 인공지능 등과 같이 필요한 기술의 개발과 사회적 진보가 방해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보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제조업의 영역 혹은 인공지능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결합된 제조업 이후의 산업 영역에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절실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인공지능시대의 개인정보보호를 둘러싸고 존재할 수 있는 규범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민의 과정에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삶에 대한 타인의 물리적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개인의 사적인 공간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발전된 이른바 프라이버시권과 지금과 같은 정보화사회에서 온라인공간에서 개인이 가지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권리가 서로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 및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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