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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어 또... 한중 갈등의 골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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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어 또... 한중 갈등의 골 더 깊어졌다

입력
2016.10.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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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 싸고 정면충돌

中 “한국 수역 밖에서 경비정 침몰”

정부 “불법 어선 정당한 추적권”

적반하장 中 태도에 감정 대립

서해 ‘국제 분쟁수역’ 비화 우려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12일 오전 인천시 동구 만석부두를 방문해 해경이 나포한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12일 오전 인천시 동구 만석부두를 방문해 해경이 나포한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중국 불법조업 어선에 의한 해경 경비정 침몰 사건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불법조업 어선에 의한 우리 측 경비정 침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임에 따라 강 대 강 대립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다 최근 관리 모드에 들어갔던 한중 관계가 다시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경비정 침몰 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에 “이성적 처리”를 요구하면서 한국의 집행권 남용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불법 조업 어선에 대해 공용화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응 방침에 대해 “중국인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과격행위와 수단을 취하면 안되고 안전과 합법적 권익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정면으로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해경 경비정이 침몰한 지점이 우리 수역 밖이라는 점을 들어 “한중 어업 협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조업이 허용된 곳”이라며 “이 해역에서 한국 해경이 자국법을 집행할 법적 근거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 측 주장은 억지 트집에 불과하다는 것이 외교부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경 경비정이 침몰한 곳은 우리 수역 밖이지만, 해경이 불법 조업 어선을 적발해 추적을 시작한 곳은 우리 수역 안이다”며 “해경이 사용한 추적권은 한중 양국이 모두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상 허용되어 있는 권리”라며 중국의 ‘월권’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불법 어선이 우리 공권력에 도전한 초유의 사건에 대해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되레 자국 어선을 두둔하고 우리 대응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로서도 물러서기 어렵게 됐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지난 10일과 11일에도 유감 표명은 하지 않은 채 우리 측에 냉정한 처리만을 요구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가 전날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하면서 중국 정부가 가해 선박 및 관계자에 대해 수사 검거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적반하장식 태도로 미뤄 가해 선박에 대해서도 미적댈 가능성이 커 양국간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법조업 어선 문제로 양국간 갈등이 커질 경우 서해가 남중국해처럼 국제적 분쟁수역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한중이 가뜩이나 사드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터라 감정적 대립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 정부가 미친 것 아니냐”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한국 내 여론이 흥분해서 날뛰자 한국 정부가 중국 어선에 함포 사격까지 허락했다”며 “이는 국가 전체의 민족주의 집단 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자극에 맞서 국내 반중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인천 만석부두를 찾아 해경 보고를 받은 뒤 “이게 전쟁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당부했다. 그간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북한을 감싸는 중국 태도에 불만을 품고 있는 국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 국면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로 인해 대북 공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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