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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으로 만난 뒤 성추행"… 가요계로 번진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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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으로 만난 뒤 성추행"… 가요계로 번진 ‘미투’

입력
2018.02.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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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던말릭의 성추행을 고발한 네티즌(여름)의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글 일부.
래퍼 던말릭의 성추행을 고발한 네티즌(여름)의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글 일부.

힙합 음악을 즐겨 듣던 여성 A씨는 좋아하는 래퍼 던말릭(문인섭ㆍ22)을 만나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 지난 12월 일이었다. A씨는 던말릭이 입을 맞추자 “하지 마”라며 고개를 돌렸다. 던말릭이 A씨의 옷 안으로 손을 넣자 A씨는 그의 손목을 잡고 제지했다.

던말릭과 헤어진 A씨는 며칠 후 래퍼에게 그 날의 불편함을 얘기했지만, 던말릭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A씨는 불안증이 생겼다. 던말릭에게 지난 만남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몇 차례 충고했음에도 그가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A씨는 ‘여름’이란 닉네임으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에 나섰다. 그리고는 자신이 겪은 위와 같은 일을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던말릭과 만났을 때 A씨는 “19세”였다.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던말릭은 “팬과 아티스트라는 권력 관계를 이용해 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한다”며 SNS를 통해 사과했다. 던말릭은 소속사 데이즈얼라이브에서도 퇴출당했다.

팬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뒤 래퍼 던말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 던말릭 SNS
팬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뒤 래퍼 던말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 던말릭 SNS

‘조공 문화’ 유독 심해 생긴 절대적 권력관계

이윤택 연극연출가를 둘러싼 잇단 성추행 폭로를 시작으로 확산하고 있는 문화계 ‘미투’ 운동이 음악계로까지 번졌다. 그간 쉬쉬하며 덮어뒀던, 가수가 그를 좋아하는 팬을 향해 저지른 성추행 문제들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수면 위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팬의 순애보를 볼모로 거침없이 성적 접촉을 시도해 피해자에 더 큰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음악계에서 벌어진 가수의 팬 성추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음악업계 종사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10여 년째 음악 기획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어린 팬들에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작업실로 초대한 뒤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일부 래퍼들의 행태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힙합 문화의 장점인 자유로움을 방종으로 착각해 팬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사적인 관계를 맺어오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A씨가 던말릭을 만나게 된 계기도 던말릭이 보낸 DM을 통해서였다. 던말릭 사건을 계기로 일부 래퍼들을 향한 ‘미투’ 운동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래퍼들만의 일이 아니다. 아이돌그룹 로미오 멤버인 마일로는 일본 여성 팬에 ‘다음에 혼자 여행 가면 호텔에 같이 묵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팬에 보낸 사실이 20일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반야 음악평론가는 “한국은 ‘조공 문화’(팬이 스타에게 선물 등을 받치는 행태)가 심해 가수와 팬 사이에서도 절대적인 권력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봤다.

“기획사 대표와 소속 가수 권력형 성폭력 문제 경각심 가져야”

던밀락 사건은 가요계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가요기획사 대표와 소속 가수 그리고 연습생의 위계관계에서 벌어진 성추행 문제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가요기획사 대표 B(48)씨는 자신의 회사에 소속된 가수 지망생(32)을 추행한 혐의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지난달 선고 받았다. 2014년 3월 차 안에서 가수 지망생의 신체를 만지며 성추행하고, 같은 해 8월 한 유흥업소에서 가수 지망생에게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과 행동을 한 혐의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요계는 영세 기획사들이 많고 연습생 관리를 구시대적으로 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연극계처럼 대대적으로 불거지진 않았지만 가요계도 권력형 성추행 ‘미투’ 운동에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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