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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없으면 힘들다? 무기계약직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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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없으면 힘들다? 무기계약직이 뭐길래

입력
2017.08.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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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도시철도公 채용 청탁설에

응시자들 “박탈감 느껴” 한숨

“정치권ㆍ윤장현 시장 주변 인사

채용 청탁했다” 뒷담화 이어져

지원자 그룹별 면접위원도 달라

“면접 변별력ㆍ형평성 없다” 논란

공사 “외부 인사 청탁 없다” 해명

광주도시철도공사 전경
광주도시철도공사 전경

최근 광주도시철도공사 무기계약직 채용을 둘러싸고 광주시 고위층과 지역 정치인 등 외부 인사들이 특정인의 취업을 부탁했다는 ‘외부 청탁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응시자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면접을 보는 등 ‘이상한 채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탈락자들 사이에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만 합격했다”는 뒷소문도 들린다.

도시철도공사는 서류전형과 면접시험만을 거쳐 역무와 미화, 시설, 정비 등 4개 직종 무기계약직원 합격자 35명을 11일 발표했다. 이번 채용엔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하듯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12명을 뽑는 역무직에 411명이 응시, 34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합격자 발표 이후 공사 안팎에선 “윤장현 광주시장 주변 인사들과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채용 청탁을 했다”는 뒷담화가 끊이지 않으면서 구설수에 오른 당사자들이 인사 청탁을 극구 부인하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 광주시 고위층 인사는 “그런 일(채용 청탁 요구)이 있을 줄 알고 일체 모든 걸 끊었다“고 발끈했다. 윤 시장의 한 측근은 “외부에서 채용 청탁 요구를 많이 받기는 했지만 실제 도시철도공사에 (청탁 요구 내용을)전달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 청탁 당사자로 거론된 한 광주시의원도 “몇몇 지인들로부터 공사 측에 말을(채용 청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은 있었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도시철도공사의 석연찮은 채용 과정이 도마에 오르면서 되레 채용 청탁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당장 면접 방식 등을 놓고 일각에선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지고 있다. 공사 측은 역무직 면접위원을 A와 B그룹에 각각 3명씩 배정한 뒤 A그룹은 응시번호가 홀수인 응시자를, B그룹은 짝수인 응시자를 집단(4명) 면접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면접위원들은 역무원 근무 경험이 있는 상당수 응시자들에겐 “공사의 당기순손실이 얼마냐”는 등의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역무원 대체근로(기간제) 경험이 있는 한 응시자 C씨는 “면접 때 공사 직원들도 답변하기 힘든 질문을 받았다”며 “나처럼 역무원 경험이 있는 응시자 20여명이 면접을 봤는데, 이 중 빽이 가장 세다고 소문이 난 응시자만 합격하고 모두 떨어졌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 “합격자 대부분이 빽 있는 사람들이라는 소문이 많고, 그래서인지 면접을 봐봤자 안 될 거라는 생각에 면접을 포기한 응시자들도 100명이나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8~9일 진행된 역무직 응시자 면접시험 때 결시 인원은 101명이었다. 또 역무직 응시자 중 15명이 대학에서 철도 관련 전공을 이수하고, 관련 분야에서 근무했거나 자격증을 갖고 있었지만 이 가운데 합격자는 1명뿐이었다. 면접평가의 변별력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응시자 D씨는 “이번뿐만 아니라 예전 기간제 채용 때도 합격자가 사전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었다”며 “특히 이번 채용 땐 역무 경험이 있는 응시자들이 1명 빼고 모두 불합격돼 도대체 채용 기준이 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공사 내부에선 “왜 외부 인사들의 채용 청탁이 없었겠느냐”, “이번 채용이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 방식으로 이뤄져 버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김모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면접시험 등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자는 내부 의견을 묵살한 데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다. 5월 취임한 김 사장은 애초 사장 공모에서 최하위로 탈락했으나 재공모 끝에 사장에 취임했으며, 윤 시장과는 고교 후배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외부 인사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은 건 없다”며 “역무직 응시자를 2개조로 구분해 면접을 실시한 건 응시자가 너무 많아 동일 면접위원이 전체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지만, 면접 질문 난이도와 면접위원 성향의 차이에 따른 그룹간 점수 차이를 균등하게 조정해 합격자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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