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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남북단일팀 반발, 6070보다 넉넉한 환경이 만든 뇌기능의 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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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남북단일팀 반발, 6070보다 넉넉한 환경이 만든 뇌기능의 차이 아닐까

입력
2018.01.29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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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놓고 큰 논란이 있었다. 팀워크가 중요한 단체경기에서 북한 선수 합류로 경기력 저하는 물론 우리 팀 선수 몇 명이 출전하지 못해 피해를 본다는 논리와 남북화합이라는 역사적인 큰 틀에서 조그마한 희생을 보여 달라는 정부의 논리 모두 일리가 있다. 이번 남북단일팀 구성에 특히 20, 30대의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논란 속에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2017)의 조사가 눈길을 끈다. 남북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세대 간 차이가 아주 컸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60대 이상에서 67%인 반면 20, 30대는 40% 정도였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시대와 경험 차이가 세대 간에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뇌 기능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문화 차이와 뇌기능 관계를 연구하는 문화신경과학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살펴보자. 뇌 전두엽은 억제력이나 의식적인 사고와 연관돼 있다. 반면 뇌 깊은 곳에 존재하는 피질하 구조인 변연계나 뇌간 등은 즐거움, 쾌락, 보상, 무의식 등과 관련이 있다. 고등 동물일수록 전두엽, 특히 전전두엽이 커져 뇌 피질 속에서 생기는 기본적인 욕구와 욕망을 조절한다. 진화론적 필요 때문이다.

고등 동물은 무리를 지어 살기에 질서 유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개인이 제멋대로 행동하면 질서가 깨진다. 사회 질서와 개인 욕구 충족 간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까닭이다. 고등 동물은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하등 동물과 달리 결과를 먼저 생각한 뒤 행동을 한다. 전전두엽의 힘이 발달할수록 충동 등 뇌 아래에서 올라 오는 여러 자극을 쉽게 억제할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려는 본능(이드)과 그 행동이 사회적 기준에 맞는 것인지 판단하는 초자아(슈퍼에고)가 적절히 조율해 현실적인 행동(자아)을 하게 된다. 이드는 뇌 속 뇌간 등에 있는 구조와, 초자아는 전전두엽과 관련이 있다.

전전두엽의 힘이 강해지면 평소 감정을 잘 억제하고 행동을 적절히 조절하게 된다.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반면, 전전두엽의 힘이 약하면 감정이나 충동을 쉽게 표출한다.

전쟁과 가난 등을 겪으면서 살아 온 60대 이상 세대는 대부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게다가 유교 문화와 대가족, 서열이 명확한 사회 환경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도 못했다. 욕구와 관련 있는 피질하 구조보다 욕구를 억누르는 전전두엽의 힘이 강해졌을 것이다.

반면 20, 30세대는 비교적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당장 원하는 것을 충족할 수 있었다. 핵가족 환경에서 자라면서 참고 억제할 기회가 적었다. 또한 취직도 어렵고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욕구를 미래를 위해 굳이 참지 않아도 됐다. 자연히 전전두엽의 억제 기능을 키울 기회가 줄었다.

이번 통일 문제에 대해 세대별로 차이가 나는 것도 어느 정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통일에 강한 열망을 가지게 된 것은 전전두엽의 힘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20, 30대가 통일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원치 않는 것은 피질하 구조의 힘이 커졌기 때문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환경 차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실 요즈음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분노조절장애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살다 보면 짜증과 분노가 일으키는 일이 수없이 많이 있다. 전전두엽의 힘이 약하면 이를 쉽게 억제하지 못하고,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분노한다.

뇌의 모든 부위가 적절히 작동해야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특정 뇌 부위의 힘만 커진다면 개인의 일탈적인 행동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 자신의 욕구를 적절히 억제하면서 전전두엽의 힘을 키워야 한다. 건전한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적절히 발산해 피질하 구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분출구 없는 밥솥을 계속 끓여 폭발하는 일이 없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때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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