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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집 사라”… 시한폭탄 된 입주물량 거품

입력
2017.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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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2년간 78만가구 입주

경기침체 때 재앙 수준 예측도

금리 인상 맞물려 시장 냉각

양극화 심화로 지역별 전략 필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건설사들은 필사적으로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다. 그 여파로 2008년에 32만가구, 2009년에는 28만가구의 입주물량이 쏟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졌다. 결과는 뼈아팠다. 미분양이 곳곳에서 쏟아졌고, 팔리지도 않는 집 한 채를 떠안고 빚에 신음하는 ‘하우스 푸어’가 쏟아졌다. 금융권에도 고스란히 부실이 전가됐다.

10년 가량이 지난 2017년, 부동산 시장은 다시 살얼음판이다. 박근혜 정부가 “빚 내서 집 사라”며 떠받쳐온 부동산 경기는 이제 그 임계점에 도달했다. 더 이상 감당이 힘들어진 가계부채 탓에 당국으로선 거품을 더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처지. 작년 하반기 이후 줄줄이 내놓은 부동산 규제로 시장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문제는 거품을 조금씩 걷어내는 연착륙이 당국의 기대만큼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동안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낸 물량들이 올해와 내년 2008, 2009년을 뛰어넘는 입주폭탄으로 엄습하면서 거품 붕괴를 가속화시킬 거란 우려가 팽배하다. 금리 인상과 맞물릴 경우 그 파괴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7만8,534가구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1.2% 급증한 수치다. 부동산114, 닥터아파트 등 부동산정보업체에서 예측한 물량도 이와 다르지 않다. 1분기 7만여가구를 포함해 올해 연간으로 36만여가구, 그리고 내년에는 42만가구 가량 입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연간 입주물량(27만9,000가구)은 물론 최근 5년 평균(23만여가구)을 훌쩍 뛰어넘는다.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 공급으로 역대 최고치로 기록되고 있는 1997년(43만여가구)에 버금가는 규모다. 박근혜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유도한 결과, 2014년 이후 2년 간 분양 물량이 100만가구에 육박(97만3,000가구)한 결과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당분간 집값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들은 전국 집값이 올해 하락하거나 보합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이 조차도 급속한 금리 인상 등 대내외의 돌발적인 충격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들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값은 벌써 3주 연속 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더 큰 우려는 부동산 시장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데 있다. 서울ㆍ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서울ㆍ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로 제각각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그 동안 오름폭도 달랐고, 여전히 풍부한 시중 유동성은 ‘틈새시장’을 쫓아 움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 압박과 입주 물량의 증가로 서울과 수도권 외곽지역, 지방간 양극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연착륙을 위해서는 지역별로 매우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역시 끓어 오르는 지역은 억누르고, 냉각되는 지역은 살리는 ‘양면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얼마나 정교한 접근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경험도 있는 만큼 초과공급 지역을 세분화해 모니터링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사시기 불일치 보증금대출’ 등 집주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정부에서 확대 시행하는 식의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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