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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마존이 우리의 미래일까

입력
2015.06.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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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닷컴 갈수록 창의ㆍ의외성 위축

지식의 다양성과 편집이 중요한 시대

토대 만들려면 완전 도서정가제 해야

세계 최초의 온라인서점 아마존은 책을 ‘로스리더 상품’(집객상품)처럼 취급했다. 대표적인 것이 ‘해리포터’ 시리즈였다. 책을 팔아 적자가 나더라도 책을 구매하기 위해 입점한 독자는 다른 상품들도 구매했다. 독자들이 책을 구매한 세세한 정보들은 ‘빅데이터’가 되었다. 2014년 7월에 자사 개발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발매하기 시작한 아마존은 고객으로부터 확보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인터넷에서 뭐든지 파는 가게, 즉 ‘에브리싱 스토어’로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구글과 애플 등의 ‘플랫폼 기업’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을 디지털로 확산하려는 목적으로 창업한 이들 플랫폼 기업의 약진은 출판산업이 새로운 시스템에 잘 접목하기만 하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세밀하게 살펴보면 두려움이 없지 않다.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아마존이 주도한 전자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공포에 가깝다.

킨들의 개발자인 제이슨 머코스키가 아마존 전자책의 혁명 과정과 책 세계의 미래를 예측한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원제 ‘Burning the Page’)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가 이 책을 쓸 당시에 전체 3,500만종의 종이책 중 킨들이 생산한 전자책은 180만종에 불과했다. 아마존이 성과를 내는데 급급하다 보니 180만종은 “소설, SF소설, 연애소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포르노물”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니 그는 이것이야말로 “전자책 혁명의 핵심적인 모순”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빅데이터로 가능성을 열어가는 사이에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이 몰락해갔다. 아마존의 매출액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사이에 ‘성인 포르노소설’이 전자책 매출의 절반에 육박했다. 아마존의 보물이라던 편집팀마저 해체되고 거의 모든 결정을 기계(컴퓨터)가 내놓은 예측에 의존하다 보니 인간의 창의적인 결정은 철저하게 무시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잃은 것은 책의 다양성과 창의성과 의외성이다. 그런 아마존이 한국에도 이미 전위대를 파견해놓고 있다.

인문학자 김용규는 ‘생각의 시대’에서 2030년에는 지식의 양이 사흘마다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는 지식을 많이 암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확보한 지식들을 연결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지식을 ‘편집’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주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몇 종의 베스트셀러가 좌지우지하는 시장을 버리고 책의 다양성과 창의성과 의외성을 확보하는 유통시스템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모든 도서의 할인이 15% 이내로 제한된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신간의 판매가 다소 늘어난 반면, 출혈 할인판매를 하던 구간의 판매는 다소 줄어들었다. 여전히 대형서점의 주요 판매대를 대형 출판사들이 광고비를 들여가며 거의 장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얻어낸 성적이다. 기획력이 돋보이는 신생 출판사들이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는 반면에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통적인 강자들이 몰락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이다. 우리가 아마존의 시스템에 빨려 들어가면 우리 문화는 거의 절멸에 가까운 상태로 빠져들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지식을 텍스트뿐만 아니라 영상과 음성 형태로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문화가 다양하게 생산되는 시스템만은 유지해야 한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면 완전 도서정가제가 정답이다. 이것은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해 한국의 출판산업, 나아가 문화산업 전반을 초토화시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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