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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국운(國運)과 대통령

입력
2014.10.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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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성장 견인하던 대표 산업 침체 가속

사회 곳곳서 우리 자긍심 꺾는 현상 빈발

박 대통령이 기우는 국운 일으켜 세워야

세계 3대 투자은행에 속하는 골드만삭스는 2007년 3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2050년에 1인당 GDP 9만294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이고 전망했다. 설마 하는 회의가 없지 않았지만 턱 없는 예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도 발목을 잡는 정치사회적 갈등의 문제는 있었지만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는 그런 꿈을 꾸게 할 만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국운(國運)이 꾸준히 상승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믿음이 거의 사라졌다. 들리는 것이라곤 온통 우울한 뉴스들이다. IT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수출과 성장을 이끌던 우리의 자랑거리 산업이 어느 순간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됐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력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중국 경제의 부상, 엔저, 달러화 강세 등 대외 여건 악화 탓이 크다고는 하지만 이를 헤쳐나가는 내적 활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간판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의 경영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이 우울감을 더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체 매출액 증가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0.7%보다 낮은 0.5%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더욱이 제조업 전반의 성장 둔화가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니 걱정이 더 커진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 수출기업의 신천지였고 얼마 전 세계금융ㆍ재정 위기를 헤쳐나오는 데 수훈 갑 역할을 해줬던 중국이 이제는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해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자랑스러운 우리 제품들이 하나 둘 중국에 밀려나는 중이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와 혁신 기업으로 돌파구를 연다지만 애플, 구글, 페이스북을 앞세워 질주하는 미국은 바라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다.

우울한 뉴스들은 더 있다. 그 잘나가던 K팝과 드라마 등의 한류도 곳곳에서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드라마 등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중국 업체들만 배 불릴 뿐 우리에게 돌아오는 몫은 매우 작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K팝의 전위대인 아이돌 그룹은 중국 기획사들의 입김으로 흔들리고 있고 차이나머니의 직접투자 등을 통해 한류 콘텐츠의 핵심 제작 역량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동북아 하늘의 허브 입지를 굳히는가 했던 인천공항은 올 들어 작년 같은 기간(1~9월)에 비해 환승객수가 36만여 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 등 인접국 공항과의 경쟁 심화에 따른 현상이다. 한때 명품 무기라던 K-11복합소총, 잠수함 잡는 미사일 홍상어의 결함, 차세대 K-2전차 파워팩 개발 지연 등 첨단무기 개발 실패도 우쭐했던 우리 국민들을 크게 낙담시키고 있다. 거기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후진국형 대형 참사까지…. LPGA에서 우리 여자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는 정도가 그나마 위안일까.

이러니 시중에서 이제 국운이 기우는 게 아니냐는 쑤군거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앞뒤 좌우를 아무리 둘러봐도 대한민국이 움치고 뛸 공간이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효용을 다한 기존 시스템과 성장동력을 대신할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때에 국민들은 대통령을 바라본다.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대통령이니…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진땀이 날 법하다. 국운이 기우는 시기의 대통령이었다는 역사의 평가가 어찌 두렵지 않을까.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강한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데 기대를 걸고 싶다. 통일 대박은 꽤 먼 미래의 어음이기 쉽다. 그에 비해 한반도평화와 남북교류협력은 당장의 현찰이다. 그리고 이를 디딤돌 삼아 연해주와 유라시아로 가는 것, 거기에 국운을 다시 일으켜 세울 성장동력이 있지 않을까.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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