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ㆍ장비 풍부 “필요 없다”
‘한국형 왓슨’ 개발 나설 듯
IBM의 암 치료용 인공지능(AI) ‘왓슨’을 도입한 국내 병원은 현재까지 다섯 곳이다.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등 모두 지방병원이다. 이들은 왓슨 도입으로 이른바 ‘빅5’ 병원과 동일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진단은 지방 병원이, 치료는 ‘빅5’ 병원에서 행해지는 ‘기울어진 의료 환경’을 왓슨을 통해 극복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ㆍ신촌세브란스병원ㆍ서울대병원ㆍ삼성서울병원ㆍ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은 “왓슨 도입과 관련 내부 논의조차 없다”며 왓슨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암 치료 인력과 장비에 대한 자신감이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왓슨은 의사가 암 치료를 할 때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며 “암 치료에 있어 특화된 전문의와 장비를 갖춘 대형병원들은 왓슨을 도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여기엔 왓슨 도입의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익명의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암센터ㆍ암병원 시스템을 허물고 왓슨을 도입할 수 없다”며 “치료성과 등 검증이 끝나지 않은 왓슨을 도입하는 것 보다 독자적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들 병원은 “암 치료와 관련해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며 “시간과 예산을 투여하면 왓슨과 같은 의료정보 시스템을 구축이 가능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지난달 29일 연세의료원이 ‘한국형 왓슨’ 시스템 개발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판단 에서다. 장혁재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 실장은 “현재 왓슨이 한국인의 특성과 의료제도, 사회적 환경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의료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한국형 인공지능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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