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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일본은 가해국, 역사 앞에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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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일본은 가해국, 역사 앞에 반성해야”

입력
2017.05.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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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이준익 감독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일본은 가해자로서 역사적 진실 앞에 반성해야 합니다.”

영화 ‘동주’(2016)에 이어 ‘박열’(내달 28일 개봉)로 일제강점기 실존 인물의 삶을 조명한 이준익 감독이 일본의 역사 왜곡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25일 서울 동대문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박열’ 제작보고회에서 이 감독은 영화의 배경인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과 간토대학살 사건을 설명하며 “일본은 자신들이 가해자임에도 히로시마 원폭 등을 강조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간토대학살 사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힌 데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4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간토대지진 이후 일본 내각은 자신들을 향한 폭동의 기운을 돌리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방화를 저질렀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그로 인해 무고한 조선인 6,000여명이 학살당했다. 영화 ‘박열’은 당시 일본의 만행을 드러내고자 스스로 황태자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쓰며 법정 공방을 벌인 독립투사 박열(이제훈)과 그의 사상적 동지이자 연인인 후미코(최희서)의 치열한 삶을 담았다.

이 감독은 20여년 전 영화 ‘아나키스트’(2000)를 제작하려고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박열이란 인물을 알게 됐다. 항일운동의 본거지인 중국 상하이나 만주가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도쿄로 건너가 뜨겁게 투쟁한 그의 삶에 매료됐다. 이 감독은 “일본 내각과 법정 투쟁을 벌이는 스물두 살 박열의 기개와 세상을 꿰뚫는 시선이 놀랍다”며 “그 시대를 돌파했던 한 젊은이의 삶을 우리가 잊고 살 순 없다”고 영화 제작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20년 지나서 박열을 영화로 만들게 돼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한다”며 “‘동주’를 통해 윤동주에 가려져 있던 송몽규를 알게 됐듯 이 영화로 잊혀진 독립투사 박열과 후미코를 발견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열’은 고증에도 충실했다. 이 감독은 “영화의 90% 이상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연락해 1923~1927년 사이 박열 사건 공판을 보도한 기사를 모두 제공 받았다. 기사 내용도 검토해 일부 영화에 담았다.

또 흥미 위주의 볼거리보다는 영화의 자세와 태도를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사전에 박열의 후손들을 찾아가 어떤 영화인지 자세히 알렸다. 이 감독은 “영화 속 인물의 세계관과 인간관에 충실하는 게 예의라 생각한다”며 “제작비를 많이 쓰는 것이 오만이고 과오일 수 있다”고 스스로를 경계했다.

‘동주’에서 ‘박열’로 이어진 일제강점기 인물 시리즈의 3부작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이 감독은 “윤동주는 일제의 문화통치 이후의 인물이고, 박열은 3.1운동 이후의 인물이다. 3부작을 완성하려면 3.1운동 이전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이어야 할 텐데 쉽진 않겠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 감독은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이가 갖고 있는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박열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며 지금의 시대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25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준익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최희서, 이제훈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25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준익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최희서, 이제훈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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