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팬덤의 조직화, 보이콧 현상을 만들다

알림

팬덤의 조직화, 보이콧 현상을 만들다

입력
2017.06.12 17:21
0 0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성민이 한 행사에 참석해 손을 들어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성민이 한 행사에 참석해 손을 들어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 10일 그룹 슈퍼주니어의 팬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슈퍼주니어 갤러리’에 멤버 성민에 대한 지지 철회를 담은 글이 최근 게재됐다. 성민이 결혼하는 과정에서 팬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했고, 개인 블로그에 ‘한국 팬’이라는 단어를 금지어로 지정해놓고 차단해 팬들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2. 그룹 H.O.T 출신 가수 문희준의 팬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H.O.T 갤러리’는 지난달 20일 “문희준을 제외한 장우혁·토니안·강타·이재원만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문희준이 20주년 콘서트로 결혼자금을 마련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혼전임신이 아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수들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내던 팬들이 달라지고 있다. 10~20년을 한결같이 응원했던 팬들이 자신이 지지했던 스타들의 실망스러운 행보에 등을 돌리고 있다. 스타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고 팬심을 접는 ‘결단’까지 내리고 있다. 점점 권력이 돼가고 있는 팬덤의 조직화 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덤의 조직화는 소속사가 ‘공식 팬클럽’에 가수의 활동에 관여할 수 있는 역할을 주고 교류를 강화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아이돌 팬클럽을 ‘실속 없는 취미 활동’으로 치부했던 과거와 달리, 팬클럽이 충실한 소비자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 심리가 발생한 것도 팬덤의 세력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지난해 성폭행 의혹에 휘말린 JYJ의 멤버 박유천 등 사건사고에 얽힌 연예인뿐만 아니라 인성과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 삼아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도 최근의 변화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2030세대가 된 팬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인 경험이 확장되며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팬들이 아이돌 가수와 소속사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졌는데, 소속사와 가수 등 음악 산업에 얽힌 관계자들의 의식은 그대로라 팬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가수와 소속사가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습화된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팬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나 극단적인 보이콧 사례가 늘면 건강하지 못한 팬덤 문화가 확산될 수도 있다. 차 평론가는 “지난 30여 년간 음악시장이 구조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은 만큼 팬과 가수, 소속사가 서로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