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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호밀밭의 파수꾼' 등 '피카레스크'소설이란

입력
2017.06.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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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책 표지. 민음사 제공
‘호밀밭의 파수꾼’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책 표지. 민음사 제공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발표 당시 금서로 지정됐을 정도로 '문제작'이었다. 제롬 D. 샐린저가 저술한 이 소설은 16세 문제적인 소년 홀든 콜필드의 2박3일 일정을 1인칭 시점에서 다뤘다.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콜필드는 영어를 제외한 네 과목에서 낙제해 네 번이나 퇴학을 당할 뿐만 아니라, 규율이 엄격한 사립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학교와 교사를 부정한다. 그의 불안한 심리는 상스러운 욕설과 술, 담배까지 손을 대는 불량한 행태로 이어진다.

이런 내용을 두고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당시 미국 사회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쓰레기"라고 칭하며 고등학교 도서관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서는 베스트셀러였다. 콜필드가 속물 근성의 사회와 기성세대에 반발해 학교를 뛰쳐나오는 대목이 큰 박수를 받았다.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심이 콜필드를 통해 해소된 모습이었다.

유머와 풍자를 지닌 악한 주인공을 내세운 소설을 두고 '피카레스크(Picaresque)’ 문학이라고 한다. 16세기 스페인에서 발생한 소설 양식이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4)이 이에 속한다. 이 소설 역시 주인공 핀이 교회를 모독하고 상스러운 말을 서슴지 않는 소년으로 그려지면서 금서가 되기도 했다.

솔 벨로우의 ‘오기 마치의 모험’(1953)과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1965)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오기 마치의 모험' 속 오기는 1인칭 화자로서 대공황 시기에 태어나 자유로운 방랑자의 영혼을 지녔다. 원만한 인간관계로 보이지만 어느 곳에도 정착하려 하지 않는다.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인 열 네 살 모모는 창녀와 노인, 아립인 등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세상을 모난 시선으로 바라본다.

피카레스크 소설의 특징은 1인칭 시점의 '나'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사회 규범이나 관습에 아무런 구속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위선적이고 답답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위악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대개 여행 등 도전과 모험을 통해 스스로 발전을 꾀하는 결말이 많아 '성장소설'로 분류되기도 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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