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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곡강(曲江)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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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곡강(曲江)에서

입력
2011.05.01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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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712~70)

한 조각 꽃잎이 날려도 봄빛이 줄어드는데

온 천지 바람에 날리는 꽃잎, 못 견디게 시름겹다.

스러지는 꽃잎 하나가 눈앞을 스치는데

몸이 상한다고 목을 축일 술을 마다하랴.

강가 작은 집엔 비취새가 둥지 틀고

부용원 높은 무덤엔 기린의 석상이 뒹군다.

만물의 이치를 곰곰이 따지면 즐기고 볼 일

무엇 하러 명예에 이 몸을 얽매는가.

● 천둥소리, 번갯불 심한 봄밤이었다.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요,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이라.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는구나. 송한필의 시를 읊조려 보며, 겁먹어 제집에 웅크린 개에게 손전등 불빛을 몇 번 던져 주웠다. 번개에, 불타던 보일러가 불타고, 연결하던 인터넷이 끊겼다는 지인들 소식을 접했다.

비갠 아침. 지나간 천둥소리에, 한 소리 깨우쳤는지, 울음소리 새롭게 조율하는 새소리 하늘에 파릇파릇 돋는다. 노란 장화 신은 농부가 냉해를 걱정하며 비닐하우스 속 모판을 들여다본다. 물도랑은 긴 마중 끝에 만난 물 바로 배웅하며 맑은 물소리 흘린다.

흩날리는 꽃잎은 식물들의, 자연의, 투표용지. 한해의 열매 결정하는 떨림 드디어 끝냈는가, 낙화. ‘한 조각 꽃잎이 날려도 봄빛이 줄어든다’고 두보여 과음은 마시게. 그대의 시구에 튕겨 저리 되살아나는 봄빛 자, 보시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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