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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공룡과 인간 공존’ 믿는 창조과학회 前이사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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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공룡과 인간 공존’ 믿는 창조과학회 前이사 박성진

입력
2017.09.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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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인간이 함께 살았다?’ 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대로 라면 이 주장은 성립이 되지 않는 말이다.

약 6,500만년 전 멸종한 공룡과 200만년 전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인류가 공존하기는 그 시간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만화영화 ‘둘리’에선 아기공룡이 얼음 속에서 6,000만년 이상을 잠자다 다시 깨어나 인간과 한집에서 살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만화적 상상일 뿐이다.

하지만 과학이 아닌 창조과학회 시각으로 이 주장을 살펴보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창조과학회는 구약성서 등에 기초해 지구의 나이가 6,000~8,000년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시기 인간과 공룡 등 모든 종류의 생물이 6일 동안 창조됐다고 믿는다. 인간과 공생하던 공룡이 멸종한 것도 ‘노아의 홍수’ 시기에 일어난 대격변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조과학회 회원들은 공룡이 살던 시대 인간도 존재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지질학적 증거들을 찾고 있다. 신앙의 문제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노력이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의 창조과학회 이사 활동 경력이 논란이다.

박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는 “종교는 인사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로 박 교수의 창조과학회 활동 경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박 후보자가 수십년 간 몸담았던 과학계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과학계는 창조과학회 활동을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지성적 행위’로 규정하고, 창조과학회 활동을 했던 사람이 고위 공직자에 임명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저는 창조론이 아닌 창조신앙 자체를 믿고,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종교는 검증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로 동료 과학 교수들의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박 후보자의 해명처럼 창조론(과학)과 창조신앙(종교)의 개념이 명확히 다른 거라면, 창조신앙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종교와 과학을 연결 지으려는 학회 이사로 왜 굳이 활동했는지는 의문이다. 역사관 논란에 대해 “부끄럽지만 무지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해명한 박 후보자는 창조과학회가 어떤 곳인지 또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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