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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위한 보너스”…픽사ㆍ마블의 ‘부가영상 전략’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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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위한 보너스”…픽사ㆍ마블의 ‘부가영상 전략’ 통했다

입력
2018.07.2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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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크레더블2’ 시작 전 애니 상영 

 본편 주제와 궁합 맞아 더 재미 

 ‘앤트맨 2’ 엔딩 크레디트 이후 

 내년 개봉 ‘어벤져스4’ 힌트 담은 

 부가영상 넣어 흥행몰이 성공 

영화 ‘인크레더블2’ 본편 전에 상영되는 단편 애니메이션 ‘바오’의 한 장면. 픽사 스튜디오 최초로 여성 감독이 만들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인크레더블2’ 본편 전에 상영되는 단편 애니메이션 ‘바오’의 한 장면. 픽사 스튜디오 최초로 여성 감독이 만들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엄마의 취미는 만두 빚기다. 허기를 채우려 빚은 만두를 불에 올려놓고 나면 판타지는 시작된다. 한입 베어 물려고 하자 만두가 울음을 터트리고 눈, 코, 입이 생긴다. 웃고 울고 꼬물거리는 만두의 모습이 엄마에겐 친자식처럼 사랑스럽다. 7분 40초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바오’는 만두를 소재로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도미 시 감독이 만들었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했던가. 애지중지 키웠지만 품을 떠난 자식의 빈방을 바라보며 빈집증후군에 빠진 모성애를 뭉클하게 잘 녹였다.

‘바오’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단편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 본편 전에 상영돼 관객과 만난다. 지난 18일 국내 개봉해 23일까지 5일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본 영화와 함께 입소문을 타고 덩달아 화제다.

단편과 두 시간 분량의 장편, 영화 속의 영화가 빚은 궁합은 특별하다. ‘인크레더블2’는 남성 영웅인 인크레더블은 집안일을 하고, 그의 아내이자 여성 영웅인 일라스틱 걸이 세상을 구한다. 성 역할 뒤집기다. 앞서 전형적인 동양 어머니의 모습(‘바오’)을 보여준 뒤라 반전(‘인크레더블2’) 효과는 컸고, 여운은 길어졌다. 애니메이션 명가인 픽사 스튜디오(픽사)는 모든 작품에 재기발랄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넣는다.

‘형’ 만한 ‘아우’도 있다. 지난 주말(20일~22일) 관객 동원 1,2위를 차지하며 여름 영화 시장을 쌍끌이하고 있는 ‘인크레더블2’와 ‘앤트맨과 와스프(‘앤트맨2’)’는 흥행몰이에 부가 영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픽사가 본편 시작 전 단편 애니메이션을 붙인다면, ‘앤트맨2’의 제작사인 마블 스튜디오는 엔딩 크레디트 전후에 짧은 돌발 영상(쿠키 영상)을 넣어 관객을 사로잡기로 유명하다.

특히 ‘앤트맨2’는 부가 영상으로 특수를 누렸다.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4’ 내용을 추리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앤트맨2’에 삽입된 덕분이다. 관객들 사이에선 ‘본편보다 쿠키 영상’이란 말까지 나온다. “B급 요소가 강해 마블의 다른 시리즈와 비교하면 덜 좋아하지만 ‘어벤져스4’ 이야기를 예측할 수 있는 쿠키 영상이 삽입돼 극장을 찾았다”(직장인 박민석씨ㆍ37)는 관객도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다.

지난 4월 개봉해 1,100만여 관객을 불러 모은 화제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는 비극적으로 끝난 뒤 후속편을 예고해 관객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마블과 픽사의 부가 영상은 ‘그거 봤어?’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영화의 특별 부록”(정지욱 영화평론가)이 됐다. “마블과 픽사의 두꺼운 팬덤을 기반으로 짧은 영상에 익숙한 SNS 세대에게 특히 부가 영상의 효과는 폭발적”(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다. 픽사와 마블의 부가 영상 활용 전략은 비슷한 듯 다르다. 픽사는 단편 애니메이션 삽입을 신진 감독 육성의 장으로, 마블은 쿠키 영상을 시리즈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고리로 활용한다.

마블은 왜 쿠키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을까.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연예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엔딩 크레디트를 보며 마지막까지 극장에 앉아 있는 관객들을 위한 보상이자 앞으로 나올 새 영화에 대한 보너스”를 주기 위해 모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986년 개봉한 ‘페리스의 해방’에서 주인공이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아직도 여기에 있어요? 끝났으니 집에 가세요”라고 한 마지막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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