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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청와대 “법원ㆍ헌재 결정 편향적… 최대한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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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청와대 “법원ㆍ헌재 결정 편향적… 최대한 대응하라”

입력
2017.10.2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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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관련

김기춘 “인용 취소하도록 힘써라” 지시

헌재 ‘심야 집회 허용’ 결정도 비난

2014년 9월 22일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
2014년 9월 22일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등 주시하던 사건에 관한 법원과 헌법재판소 결정이 편향됐다며 강한 불만을 참모진 회의에서 표출하고 청와대 차원의 대응까지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행정부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사법부 판단에 직ㆍ간접적 영향력을 끼치려 한 것으로 보여 사건 전말이 주목된다.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2014년 9월 22일자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결과 문건을 보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고법 판단을 문제 삼았다. 김 전 실장은 “많은 변호사들, 심지어 판사들도 이 같은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을 취소하도록 고용부, 교육부와 함께 최대한 대응하라”고 고용복지수석과 교육문화수석에게 명했다.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계획이 청와대 회의에서 나온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위헌법률제청 건 대응도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지시했다. 서울고법은 해직교사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고 보고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해당 조항은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합법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게 된 법적 근거였다. 하지만 이듬해 5월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은 곧바로 효력정지 결정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당시 재판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효력을 정지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법원이 균형감을 잃었다는 비난은 청와대 회의 문건에서 곳곳에서 보였다. 법률가인 김 전 실장은 전교조 사안처럼 주위 법조인 인식을 전하는 식으로 사법기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4년 8월 23일 실수비 회의에서 김 전 실장은 “법원이 입법청탁 대가로 일부 의원들이 동일인으로부터 금전을 수수했다는 검찰 영장 청구에 대해 일부는 구속, 일부는 기각했는데, 납득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종합실용예술학교 입법 뇌물’사건에서 당시 새누리당 의원 2명은 구속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명에 대해선 기각한 법원 잣대를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이와 같이 최근 우리 사회는 정상적인 정책, 합리적 의견 등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 역시 균형감각이 없다고 비난한 대목도 비서실장 지시사항에 나왔다. 김 전 실장은 그 해 3월 28일 회의를 주재하며 자정까지 집회를 허용한 헌재 결정을 지목했다. 그는 “국민행복과 생활안정 지향 가치와 표현의 자유, 집회ㆍ시위 자유를 보장하는 가치 간 균형이 필요한데도 집회ㆍ시위 자유만 지나치게 강조한 균형 잃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든 법관이든 맡은 업무 수행을 균형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며 “특히 비서실 직원들은 이를 타산지석(부정적 면에서 배울 점을 얻는다는 ‘반면교사’의 취지) 삼아 철저히 균형감을 갖추도록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법원ㆍ헌재 비난이 담긴 실수비 문건들은 모든 수석들에게 공유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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