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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ㆍ물ㆍ빛ㆍ바람ㆍ안개… 싱그러운 새순 모은 첫물차, 쉬멍 마시멍 제주의 봄

입력
2018.05.12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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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 차밭의 연녹색 찻잎이 온기 가득한 햇볕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햇볕과 함께 유기물 함량이 높은 화산회토와 4계절 부는 바람, 잦은 안개, 청정수 등 제주 오설록 차밭에만 허락된 자연조건이 차 나무의 생육을 돕는다. 오설록 제공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 차밭의 연녹색 찻잎이 온기 가득한 햇볕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햇볕과 함께 유기물 함량이 높은 화산회토와 4계절 부는 바람, 잦은 안개, 청정수 등 제주 오설록 차밭에만 허락된 자연조건이 차 나무의 생육을 돕는다. 오설록 제공
지난 4월 7일 서광 차밭에서 올해 첫 햇차 수확이 한창이다.
지난 4월 7일 서광 차밭에서 올해 첫 햇차 수확이 한창이다.
제주 오설록 차밭에서 유기농 재배 중인 찻잎.
제주 오설록 차밭에서 유기농 재배 중인 찻잎.
손으로 하나하나 채엽한 어린 찻잎.
손으로 하나하나 채엽한 어린 찻잎.

봄볕 따가운 5월도 벌써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햇차의 향기는 아직 싱그러운 초봄이다.

햇차란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 이후 맑은 날만 골라 새순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채엽해 만든 첫 차를 뜻한다. 올해 첫 햇차 수확은 작년보다 4~5일 이른 4월 7일 프리미엄 Tea 브랜드 ‘오설록’의 제주 오설록 차밭에서 시작됐다.

차는 채엽 시기에 따라 봄에 수확하는 ‘첫물차’와 초여름에 수확하는 ‘두물차’, 늦여름의 ‘세물차’로 나뉜다. 채엽 시기가 늦을수록 차의 향이 줄고 떫은맛은 강해진다. 겨우내 성장을 멈춘 차 나무가 봄을 맞아 다시 생육 활동을 시작하면서 맛과 향을 내는 아미노산 등의 성분이 풍부해지는데, 여름으로 갈수록 이 같은 향미 성분이 줄어드는 반면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과 카페인의 함량은 늘어난다. 첫물차가 두물차나 세물차에 비해 품질이 더 우수한 이유다.

같은 첫물차라도 수확 직전의 날씨가 추울수록 향미 성분이 증가한다. 이런 점에서 오설록의 올해 햇차는 예년보다 더 진한 향과 맛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월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싹이 일찍 튼 덕분에 첫 차 수확 시기가 춥고 긴 겨울 직후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오설록의 햇차에는 싱그러운 봄과 함께 흙ㆍ물ㆍ빛ㆍ바람ㆍ안개라는 제주만의 특별한 자연환경도 담겼다. 생육이 까다로운 차 나무가 화산섬이라는 특수한 조건에서도 질 좋은 찻잎을 생산할 수 있는 비밀이 이 다섯 가지 요소에 숨어 있다.

제주 차밭에만 허락된 유리한 환경 조건 외에도 오랜 경험과 연구 개발을 통한 과학 재배기술이 오설록 차만의 특별함을 완성한다. 특히, 유기농 재배 기술은 미국 농무성의 ‘USDA-NOP’와 2011년 유럽의 ‘EU-Organic’ 인증을 획득하면서 이미 국제적 연구 역량을 검증받았다. 더욱 선명한 찻잎의 초록빛과 부드러운 맛은 일정 기간 빛을 차단하는 차광 재배 기술 덕분에 가능하다. 일조 시간이 길수록 찻잎의 색이 진해지고 맛이 떫어지는 ‘경화 현상’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국 고유의 차 품종 연구와 개발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햇차는 어린 차 싹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채엽해 만든다.
햇차는 어린 차 싹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채엽해 만든다.
제주 오설록 차밭의 전경.
제주 오설록 차밭의 전경.
서광 차밭 입구에 위치한 국내 최초 차 박물관 오설록 티뮤지엄.
서광 차밭 입구에 위치한 국내 최초 차 박물관 오설록 티뮤지엄.

오설록이 ‘제주와의 소중한 인연’을 맺은 것은 1979년.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장원 서성환 선대 회장이 전통차 문화 부흥을 목표로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하면서다. 서혁제 오설록 BM팀장은 “황무지를 비옥한 차밭으로 일궈 낸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 자연의 풍미와 건강을 담아냄으로써 대한민국 최고급 명차 브랜드 ‘오설록’만의 정통성과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설록은 제주 햇차를 비롯한 최고급 ‘마스터즈 티’ 라인부터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차 디저트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제주, 차 생산과 문화의 중심이 되다

유기물 함량이 높은 제주 오설록 차밭의 화산회토는 차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다. 여기에 제주의 따뜻한 햇볕과 청정수가 여린 찻잎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사계절 부는 강한 바람은 대기 순환을 촉진하고 찻잎의 양분 흡수를 극대화한다. 잦은 안개 역시 자연 차광 효과를 가져와 찻잎이 더 선명한 빛깔로 성숙해지도록 돕는다.

오설록 차밭은 서광, 돌송이, 한남 등 3곳의 차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을 지닌 각각의 차밭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그림 같은 추억을 선사한다. 이 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오설록은 2018년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특별한 쉼이 있는 여행, 오설록 차밭 맛(味)따라 향(香)따라 색(色)따라 걷기’를 추천했다.

오설록 차밭이 전체 100만평 규모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차 재배의 중심으로 떠오른 제주는 차 문화와 역사에 있어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 제주로 유배 온 추사 김정희가 차를 가꾸며 다성(茶聖) 초의선사를 비롯한 많은 다인과 교류를 나누었고, 스스로 ‘다선삼매(茶禪三昧)’의 경지에 이르러 많은 작품을 남기는 등 차 유적지로서도 유서가 깊다.

이 같은 차 문화의 전통은 ‘오설록 티뮤지엄’에 의해 현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 차밭 입구에 자리 잡은 오설록 티뮤지엄은 국내 최초의 차 박물관이자 동서양 및 전통과 현대의 차 문화가 조화를 이룬 자연친화적 힐링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녹차와 차 문화를 보급하고자 2001년 9월 개관한 이래 1,500만명, 지난해에만 180만명 이상의 내ㆍ외국인이 다녀가는 등 제주의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한국의 전통차 문화 부흥을 꿈꾸는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서울 용산구의 그룹 신본사 건물에도 ‘오설록 1979’와 ‘오설록 티하우스 신용산점’을 나란히 개점했다. 이곳에서 티 소믈리에의 전문적이고 감각적인 차 제조 방식을 통해 특별하고 다양한 맛과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청명 직후 맑은 날을 골라 새순을 채엽해 만든 고급 수제 차 ‘일로향’
청명 직후 맑은 날을 골라 새순을 채엽해 만든 고급 수제 차 ‘일로향’
곡우 즈음 채엽한 어린 찻잎으로 만든 대중적인 작설차 ‘세작’.
곡우 즈음 채엽한 어린 찻잎으로 만든 대중적인 작설차 ‘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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