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빅데이터 활성화 열쇠는 조직문화 혁신

입력
2017.10.17 14:46
31면
0 0

최근 정부는 빅데이터의 활용과 확산을 위해 국민체감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공단은 1988년부터 축적한 약 4,000만 건의 사업장데이터와 8억 건의 가입자데이터 분석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빅데이터는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축적되는 대규모 자료로 정의된다. 최근 데이터의 축적과 이를 다루는 기술차원의 처리비용이 획기적으로 하락하는 환경 변화도 일어났다. 이에 따라, 대용량 데이터의 활용이 수월해져 작은 표본 데이터에서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통찰이나 가치를 추출해 내는 일이 가능해졌다.

선진국에서는 빅데이터 수단과 기술을 활용해서 경제 전반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OECD자료(2015)에 따르면 데이터에 기반한 혁신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생산성을 5~10% 정도 더 빠르게 향상시킨다. 또 맥킨지(2011)는 빅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경우 소매업의 영업이익을 60%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제 데이터도 자본과 노동에 이어 제3의 생산요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시대는 이처럼 공급측면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하지만 조직문화나 전략적 활용 측면 등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빅데이터 분석에 과잉 투자할 경우 기대했던 생산성 향상이나 이익 증대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빅데이터 시대를 여는 열쇠는 조직문화에 있다. IMF는 최근 자료(2017)에서 빅데이터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은 특정 기술의 시행에 있지 않고 빅데이터 혁신을 지향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람과 프로세스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도 우리나라 경영풍토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보다는 오랜 경험에 기반한 ‘감(感)’이나 직관 위주의 의사결정에 매몰되어 있지 않나 염려된다. 몇 년 전 기술적으로 공고했던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처럼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조직 내 분석기반 의사결정체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통찰력이 필요한 시대임을 인정하고, 데이터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데이터 생산자나 사용자간 관계를 포함해서 내부 소통장벽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데이터 수집ㆍ저장ㆍ분석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데이터분석 결과를 경영에 접목하고 수행해 낼 수 있는 매니저 양성프로그램도 확충해 나가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의 요체는 조직의 핵심가치와 직결되는 이슈를 발견하는 데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만을 드러내기 때문에 핵심변수의 발견을 위해서는 분석결과 해석 시 내부의 암묵지(暗默知)와 연결하고 인문학적 판단을 가미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필요성이 낮은 주변 변수에 대한 접근을 지양하고 핵심변수에 집중해야 한다. ‘잘못된 데이터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격언은 빅데이터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데이터 품질을 항상 점검하고, 기술인프라도 정확히 선택해 제때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빅데이터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국들의 최근 흐름도 기존의 미시적 차원의 기술 개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거시적 측면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도록 중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서 빅데이터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훌륭한 토양을 가지고 있다. 민간간 또는 민간과 정부간 데이터의 공유와 교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데이터 가치사슬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보완 또는 예외를 용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데이터 과학자의 양성과 알고리즈미스트 육성이 빅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며 동시에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보고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