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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5억 달러 수입… IS 장악 석유시설 ‘철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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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5억 달러 수입… IS 장악 석유시설 ‘철밥통’

입력
2015.10.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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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IS의 공격을 받아 폐허로 변한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 야르무크 난민촌의 모습. 다마스쿠스=AP연합뉴스
지난 4월 IS의 공격을 받아 폐허로 변한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 야르무크 난민촌의 모습. 다마스쿠스=AP연합뉴스

“이거 정말 웃다가 울 일이지만 요즘은 연료가 떨어지면 할 수 없이 적으로 등을 진 IS의 점령지역에 가서 경유를 구해온다. IS가 ‘돈줄’인 석유 관련시설을 꼭 쥐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시리아 반군 지도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연일 계속되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점령지 맹폭에도 불구하고 석유시설을 장악한 덕분에 돈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아 동부 등 중동의 대표적 유전지역을 점령하고 있어 심지어 시리아 반군 등 총칼을 맞댄 적군에게까지 ‘인심’ 쓰듯 연료를 팔아가며 든든한 군자금을 마련하는 상황이다. 14일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IS가 점령지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팔아 하루 평균 153만달러(약 17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라며 “60개 국가가 1년 동안 1만600 차례나 공습을 벌였지만 IS의 돈줄을 파괴하지 못해 연간 5억달러에 달하는 떼돈을 벌게 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FT가 최근 IS점령지 석유 업자, 유전기술자 및 서방 정부 관계자 수십 명을 인터뷰한 결과 드러났으며 IS는 원유판매 사업을 통해 무기밀매, 문화재강탈 등 다른 ‘사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터뷰에 응한 한 미군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IS가 석유제품을 팔아 4,000만달러를 거둬들인 사실을 확인했는데 놀라운 점은 우리가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던 바로 그 유전지역에서 이러한 수익을 끄집어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사실상 IS의 현금 흐름을 최대한 방해하기 위해 서방국가들이 벌이고 있는 공습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IS는 시리아 등 점령지역의 원유생산시설에 대한 독점을 강화할 수 있게 되면서 원유를 전략무기로 다룰 여지가 커진 셈이다.

IS는 점령지 곳곳에서 마음 편하게 장을 열고 석유제품을 구하려는 손님을 맞고 있다. 시리아 동부 알 오마르 유전 인근 고속도로에선 IS로부터 연료를 구입하려는 화물차들이 연일 6㎞에 달하는 장사진을 치고 있다. 워낙 연료를 구하겠다는 손님이 많아 주변엔 노점상들이 성업할 지경이다. 이처럼 눈에 드러나게 석유를 팔고 있음에도 어째서 서방국가들은 효과적으로 이를 제압하지 못하는 것일까. FT는 “시리아 동부지역의 경우 1,000만명이 넘는 민간인 피해를 감내하면서 IS가 장악한 유전시설을 무작정 폭격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IS의 석유제품을 유통시키는 트럭들을 민간 차량과 구분해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난관이다”고 전했다. IS가 원유시설과 유통망을 지키기 위해 철통 같은 보안은 유지하고 있어 영업을 근절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FT에 따르면 IS는 연료를 사기 위해 모여드는 중간 판매상들의 차량정보, 석유탱크 용량 등을 적시한 서류를 일일이 챙겨 철저하게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할 정도이다.

다만 이러한 IS의 점령지 원유판매 독점 상황은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교해지는 서방 국가들의 폭격과 더불어 최근 들어 시리아 지역으로 본격 유입되기 시작한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 때문이다. 하지만 IS점령지의 석유 수요가 절실한 만큼, 한동안 IS의 돈벌이는 성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의 한 사업가는 “이곳에선 농사를 짓건, 병원을 운영하건 무엇을 하더라도 경유가 절실하다”라며 “IS는 석유야말로 승리를 결정짓는 ‘카드’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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