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영빈 기자

등록 : 2017.06.18 17:34
수정 : 2017.06.18 23:57

한미정상회담 코앞인데… 문정인 “합동 군사훈련 축소” 파열음

등록 : 2017.06.18 17:34
수정 : 2017.06.18 23:57

“북 핵미사일 활동 중단하면

미 전략자산과 군사훈련 축소

사드 문제 해결 안된다고

동맹깨지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靑 “학자로서의 견해

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 선긋기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대화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축소’ 발언으로 이달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미 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노출된 가운데 문 특보가 북핵 문제 해법으로 양국 간 파열음을 키웠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문 특보의 사견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지만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 특보는 16일(현지시간)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미나 직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문 특보는 학자로서의 견해임을 전제하며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도 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북핵동결을 북핵해법의 1차적 목표로 둬야 한다는 것으로 문재인정부의 공약인 ‘선(先) 북핵동결, 후(後) 완전한 비핵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인 4월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북한이 우선 핵을 동결하고 그것이 검증된다면 우리가 한미 간 군사훈련을 조정하고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6ㆍ15 기념사에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 특보가 발언한 구상은 미국의 입장과 상이하다는 점에서 당장 한미 간 이견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들어 대북대화 가능성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핵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에는 분명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헤더 노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비핵화가 되어야 한다”며 비핵화가 북핵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재차 확인했다. 더욱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되며 미국 내 대북 여론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문 특보의 구상이 북한을 상대로 한 제재는 불가피하지만 대화 역시 마냥 미룰 수 없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입장을 대변한 것이긴 하지만 ‘비핵화 담보 조치가 없을 경우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방침과 상충된다는 지점도 부담이다. 문 특보의 구상은 도리어 한반도 비핵화 대화의 1차적 조치로 ‘북핵동결ㆍ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시해온 중국의 입장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결국 문 특보는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한미간 이견을 공개적으로 노출한 셈이 돼 버렸다. 이에 청와대는 “문 특보가 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힌 것이며 정부 공식 입장은 아니다”면서 서둘러 선을 긋고 나섰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룰 동맹 현안이 산적한데 문 특보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문제는 시기와 형식”이라며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특보가 국제 세미나에서 사드에 이어 한미 간의 또 다른 민감 이슈를 건드린 것은 미국을 당혹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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