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배치 결정에 항의
“국가 안전ㆍ전략적 균형 위해
필요한 조치 고려할 것”
야당 일각 “원점 재검토” 주장
후보지 칠곡 군수 삭발 등
국내서도 갈수록 갈등 확산
중국이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주한미군 배치 결정에 대해 군사ㆍ경제적 대응 조치를 시사하면서 한중 관계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우리 당국도 중국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동맹(미국)과 경제 교류(중국)가 분리된 우리의 특수한 외교적 지형에서 정부가 한미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선택을 함에 따라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경제 교류가 상당한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해 거듭 경고를 해왔던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잇따라 항의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사드 배치 당일인 8일 긴급 성명을 낸 데 이어 9일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훨씬 초월하는 것”이라며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고 반발했다. 왕이 부장은 “신중히 행동하고 큰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재차 경고했다.
양윈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담화를 통해 “한미 양국의 관련 행위를 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인민일보가 9일 보도했다. 필요한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군사적 대응 조치에 나설 뜻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중국 관영신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자 사설에서 사드와 관련된 한국 행정군ㆍ기업 등과의 경제교류 단절 및 사드 찬성 정치인들의 입국 제한과 군사적 대응 등 5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10일에도 논평을 통해 “한미의 행동에 대해 중국은 구두로만 항의할 게 아니라 반드시 상대를 아프게 해야 효과가 있다’”며 강력한 제재를 거듭 촉구했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 및 정치인에 대한 제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수단으로 이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다분하다”며 “중국이 우리에게 어느 수위까지 패널티를 가할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9일 윤병세 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대한 외교적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 배치에 대한 원점 재검토와 함께 국회 동의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개최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중국이 대놓고 보복하지는 않겠지만, 야금야금 보복할 것”이라며 “사드가 정치 경제 외교 국방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드 유력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북 칠곡군은 9일 칠곡군 왜관역 광장에서 주민 3,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사드 배치 반대 궐기대회를 가졌다. 백선기 칠곡군수 등은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데 항의하며 삭발했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사드 배치는 나라와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취하는 불가피한 자위적 조치”라며 “중국과 러시아에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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